쓸모없는 일을 찾아서 수고하라.

그것을 미치도록 좋아하게 되면, 이야기가 달라지리니.

나를 흥분시키는 나의 일관된 취향. 그리고 은밀한 동굴에 대한 이야기.

 

*관전포인트: 이런 동굴이라면 그 효험에 대한 간증은 백만 서른 일곱 개쯤 더 찾을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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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장. 함수

사랑의 정석 2014. 11. 4. 11:17 |

개인적으로 정석에서 가장 중요한 챕터가 함수라고 생각하는데

함수라는 게 어떠한 성격을 가진 하나의 수식이라는 기본적인 이해를 하고 나면

다른 어떠한 챕터에서도 쉽게 적용하여 문제를 풀 수 있는 굉장히 기본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나는 함수를 사랑했는데 고등학교 시절 수학 시험을 치를 때 

방정식 관련 문제는 방정식으로 풀고 도형 관련 문제는 도형으로 풀고 

그 챕터에서 배운대로 풀라고 선생님은 문제를 내셨겠지만

나는 방정식도 함수로 풀고 도형도 함수로 바꿔서 풀었던 기억이 난다.

예를 들어 방정식은 그 수식을 만족하는 x값을 찾는 건데

함수로 바꾸면 그 함수가 x좌표와 만나는 두 점을 찾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수학과 마찬가지로 연애에서도 가장 중요한 챕터가 바로 함수라고 생각한다.

나의 연애가 어떠한 함수로 되어있는지, 상대방의 연애가 어떠한 함수로 이루어져있는지,

그 함수에 대한 이해가 바로 내 연애에 대한 이해이기 때문이다.

함수라는 건 그 사람의 고유한 사랑의 방식, 즉 연애 스타일 혹은 연애 패턴이라고 해야 할까.

사람들마다 각자가 가진 연애 패턴이 있을텐데 그걸 함수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 같다.

수학에서 일차함수 f(x)=2x+3이라는 함수가 있다면

연애에서 나의 함수 f(x)=언제나 나쁜 남자에게 끌리며 목소리에 훅가고 취향에 민감한, 

그런 연애 패턴이 있을 것이다.

간단한 함수로 이루어져서 쉽게 사랑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복잡한 함수로 이루어져서 사랑하기 쉽지 않은 사람도 있고

만족해야하는 근의 갯수가 1개인 1차 함수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만족해야하는 근의 갯수가 많은 고차 함수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본인의 연애 함수를 잘 이해하고 있다면 오답을 찾을 확률도 낮아지고

상대방의 연애 함수를 잘 이해하고 있다면 사람 잘못 볼 확률도 낮아질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연애를 통해 많은 좌표값을 얻을수록

내 사랑의 함수가 어떤 모양인지 유추하여 파악하기 쉽다.

내가 어떠한 사랑을 하는 사람인지, 내 사랑의 함수가 어떤 수식인지,

그것부터 파악하는 게 연애의 가장 기본적인 개념이자

다른 챕터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쉽게 적용할 수 있는 해결방법이다.

연애를 많이 해본 사람이 결혼도 잘한다 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많은 사람을 만나봐서 결혼을 잘한다기 보다는

그 경험으로 인해 나에게 맞는, 나의 함수에 적합한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게된다는 뜻일 것이다.


19장에서는 함수에 대한 기본적인 설명만 나와있는데 

그 중에 일종의 규칙을 가진 함수에 대한 정의가 있어서

이를 연애에 적용해 함수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X의 서로 다른 원에 Y의 서로 다른 원이 대응하는 함수를 일대일 함수라 하고

일대일 함수 중에 치역과 공역이 같은 함수를 특히 일대일 대응이라 한다.

그리고 일대일 대응 중에서 각 원 x에 x 자신이 대응하는 함수를 항등함수라 하고

X의 모든 원이 Y의 한 원에 대응되는 함수를 상수함수라 한다.


이를 보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 그림으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다. 



그리고 이를 연애에 대입해보면 아래와 같다.



일대일 연애, 항등연애, 상수연애와 같은 가장 기본적인 함수의 분류에 대해 알아봤으니

더 개인적이고 구체적인 사랑의 함수에 대해서는 앞으로의 챕터를 통해서 더 알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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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의 직업은 학생? 그렇다면 이젠 취업을 준비하는 취준생?

왜 정해진 시기에 정해진 인생을 살아야 할까?

유소영 25년차가 전하는 유소영 이야기.

 

*관전포인트: 지금 '하고 싶어'와 '할 수 없어' 사이에서 고민중이라면, 봅시다, 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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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방정식의 판별식은 2차 방정식의 근을 구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구체적으로 x의 값을 구하기 보다는 이 방정식이 실근을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

그것만 판별하기 위해 간단하게 만들어진 식을 판별식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시시콜콜 부딪히게 되는 남자친구의 음주 습관이 있다고 치자.

이때 근을 구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예를 들면, 12시 이전까지만 술을 마시면 봐줄 수 있다.와 같은-

구체적인 해결 방법을 구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판별식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없는지 정도의 판별만 하는 거다.

-예를 들면, 고친다면 봐줄 수 있다거나 애초에 술버릇 있는 남자는 안된다.와 같은-


따라서 판별식은 해결할 수 있을까 없을까를 증명하는데 자주 쓰이는데

그 중에서도 ‘적어도 하나’라는 무척 흥미로운 증명법이 있어서 여기에 소개하려고 한다.


정석의 필수 예제에 따르면

-

실수를 계수로 갖는 세 개의 2차 방정식

ax2+2bx+c=0, bx2+2cx+a=0, cx2+2ax+b=0

중에서 적어도 어느 하나는 실근을 갖는다. 이를 증명하여라.

-

는 문제에 대해서

-

‘적어도 하나’하면 ⟾  우선은 귀류법을 생각하여라.

직접증명법도 좋지만 귀류법을 쓰면 답안이 깨끗하고 멋이 있어서 더욱 좋다.

-

라는 깨끗하고 멋진 모범 답안이 나와있다.


직접 증명법이 A는 이러이러해서 B이다.라고 직접 증명해내는 방식이라면

귀류법은 A가 B가 아닌 반대의 경우를 이용해서 증명해내는 방식이다.

즉, A는 B가 아니다.라고 가정했을 때 이 명제가 모순임을 밝혀내서 

그렇다면 고로 A는 B이겠네.라고 증명해내는 방식이다.


나는 이 귀류법을 남자친구에게 불만이 많은 친구들에게 자주 쓰곤 하는데

그들이 내게 제시하는 문제의 종류는 대개 이런 것이다.


-

연애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

외모, 성격, 돈, 시간, 습관, 술, 취향 중에서

적어도 어느 하나는 (그래도) 잘 맞다. 이를 증명하여라.

-


친구들은 나와 커피를 마시는 시간의 대부분을 직접증명법으로 이를 증명하기 위해 투덜대며 보낸다.


“남자친구와 헤어질까봐. 아 정말 나랑 맞는 게 하나도 없어.

그리고 너무 오래 사귀었는지 이제는 설렘도 없고 그냥 심심해서 만나는 것 같아.

사실은 외모도 내 이상형이 아니었잖아.

약속도 맨날 어기고 밤마다 게임하느라 전화통화도 잘 안해.

취직한 뒤로는 술도 너무 많이 마시는 것 같고.

나랑 영화보는 취향도 너무 안맞아서 영화관에 가면 맨날 싸운다니까.

지난번 내 생일에는 정말 어처구니 없는 선물을 줬다니까. 옛날에는 비싼 것도 잘만 사주더니.

아 정말 이제 그만 만날까봐.”


“그럼 헤어져.”


“그래도 걔가 착하긴 하지.”


정말 많은 시간을 잘 맞지 않는 문제에 대해 열거하는데 보내다가

마지막에서야 비로소 잘 맞는 ‘적어도 어느 하나’에 대해 증명하는 직접증명법을 쓴다.

그래서 내가 그들에게 사용하는 귀류법은 이렇다.


“남자친구와 헤어질까봐. 아 정말 나랑 맞는 게 하나도...”


“너 남자친구와 헤어졌니?”


“아니 아직 안헤어졌는데...”


“그럼 뭐 하나라도 너랑 맞는 게 있다는거야.

 예를 들어 정이라도 들었던가, 적어도 뭐 하나라도 네가 좋은 점이 있으니까 만나는거야.

 정말로 하나도 마음에 드는게 없다면 이미 헤어졌겠지.”


이건 비단 연애 뿐만이 아니라 많은 관계에서도 해당하는 것 같다.

투덜대면서도 계속 다니고 있는 회사, 맨날 욕하면서도 만나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내가 그 일이 정말로 싫다면 투덜대기 이전에 이미 그만 뒀을 것이다.

아쉽지만 쥐꼬리 만한 월급이든, 다른 회사에 비해 적은 야근이든,

뭔가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회사 이름이든, 

뭐 하나라도 좋은 점이 있으니 아직 그만 두지 않은게 아닐까.


그리고 내가 그 사람이 정말로 싫다면 욕하기 이전에 이미 만나지 않았을 것이다.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정 때문이든, 혹시나 나중에 도움이 될까하는 사심이든,

뭔가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본인 만족이든,

뭐 하나라도 좋은 점이 있으니 아직 만나고 있는게 아닐까.


일일이 열거하며 뭐가 좋고 뭐가 안좋은지 따져보는 직접증명법도 좋은 방법이지만

만약 내 시간을 조금 더 깨끗하고 멋지게 쓰고 싶다면 

귀류법을 통해 짧게 고민을 끝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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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신 아빠가 현관문을 열면,

우리집 강아지처럼 폴짝 뛰며 달려나가곤 했었습니다.

 

언제부턴가 하지 않게 된 한마디,

 "다녀오셨어요."

 

문득 슬퍼집니다.

아빠는 언제부터 투명인간이 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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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떤 제목  (2) 2014.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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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렇습니다. 0팀 블로그에 올 만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바로 그 3D 프린팅 기술.

광고회사들이 호시탐탐 어디다 쓸까 고민은 하고 있지만, 막상 또 딱히 쓸 데는 없어보이는 그 기술.

존심은 상하지만 일본에서 꽤 잘 활용한 사례가 있으니, 일단 남의 작전부터 파악해보고 우리도 잘 써먹어보세.  


시작은 삐딱하게 했지만, 이미 국내 브랜드들도 3D 프린팅 기술로 피규어를 만들어 프로모션을 하거나 전시 소재로 활용하는 등 활용의 폭이 조금씩 넓어지고 있는 것만은 틀림 없다. 굳이 칭찬해줄 것까진 없지만, 일본의 경우 3D 프린터 전문점까지 생겼다 한다. 인터넷으로 주문을 하면 약 1주일 정도의 제작 기간을 거쳐 3D 제품을 직접 고객이 받을 수 있다나. 이렇듯 우리 일상에도 가까워지는 3D 프린팅이라는 기술이 소비자 인사이트와 만나 어떠한 크리에이티브를 창조해내는지 0팀이 파헤쳐 보겠다. 


3D 미니어처의 출발 “OMOTE 3D SHASHIN KAN”

일본의 Creative Lab인 PARTY(http://prty.jp/) 에서 진행한 “OMOTE 3D SHASHIN KAN” 부터 살펴보자. 먼저, PARTY라는 회사에 대해 잠깐 이야기해보면, “Agency”로 불리기 보다는 “Creative Lab”으로 불리기 원하는 크리에이티브 조직으로, 일본 덴츠 출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테크니컬 디렉터 출신들이 모여 만든 회사다. 지금까지 진행한 캠페인들만 봐도 기존 광고대행사 역할을 탈피, 기술과 크리에이티브를 접목하여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도록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제품, 서비스, 이벤트, 공간 디자인 등을 제작하는 크리에이티브 연구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PARTY에서 집행한 캠페인 유니클로 LUCKY MACHINE http://www.youtube.com/watch?v=ZC6_rjw8750#t=12

구글 크롬World wide maze http://www.youtube.com/watch?v=7AvTl9aU5D8  )

2012년, PARTY에 진행한 “OMOTE 3D SHASHIN KAN” 은 세계 최초 3D 인쇄 사진 부스이자 3D 전시 팝업 스토어인데, 한마디로 3D 프린팅 기술로 미니어처를 제작, 전시한 것이다. 평생 남기고 싶은 가족의 소중한 순간들, 예를 들어 성인식이나 결혼식 같은 순간을 간직할 수 있도록 가족들의 모습을 3D 미니어처로 제작했다. 과정은 심플하다. 가족들을 스튜디오에 초대한 다음, 3D 스캐너로 스캔한 후 데이터를 3D 프린트로 보내 풀컬러 3D 미니어처 형태로 프린트하면 끝. 가족 사진 대신 10~20cm 크기의 미니어처 가족이 탄생하는 거다.  

“OMOTE 3D SHASHIN KAN” 팝업 스토어는 단순히 전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사람들이 방문해서 3D 프린트 기술을 체험해 보고 자신의 미니어처를 제작, 구매까지 할 수 있다. 실제 이 팝업 스토어는 하라주쿠에 있는 갤러리에서 진행되었으며, 클라이언트 없이 PARTY 자체적으로 제작한 전시이다! (광고회사가 광고주의 요청으로만 움직이는 시대는 끝났다!) 


어쩌면 이 전시는 PARTY 의 테크놀로지와 크리에이티브를 수많은 클라이언트에게 홍보하는 채널로 활용했는지도 모른다.

 

아닌게 아니라, 이팝업 스토어 이후, 2013년에 PARTY 는 MUJI to GO "mini to GO"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 즈음에서 드는 고민. 과연 3D 프린팅 기술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광고는 3D 프린팅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분명 3D 프린팅 기술은 시대의 혁신이고, 이를 통해 소비자에게 새로운 브랜드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미니어처나 사물 복제 정도에 당신의 아이디어가 멈춰있다면, 그래서 고민이라면, 다음 캠페인에 주목해 보자.


일본의 대표 포털 사이트, 야후 재팬. 점유율만 해도 50%가 훨씬 넘고, 검색 엔진 이용률도 구글을 이길 만큼 높다. 그들은 인터넷의 미래가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가져다 줄 것이라 말한다. 그리고 마치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야후 재팬의 검색 기능 중 하나인 음성검색과 3D프린팅 기술을 합쳐 제작한 “Hands on search” 머신이다. 이 장비는 시각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위한 학교인 Tsukuba 대학 부속 특수 학교에 설치되었다. 짐작하겠지만, 시각장애우들에게는 무엇보다도 촉각이라는 감각이 중요하다. 야후 재팬이 “Hands on search” 머신을 통해 선보인 것 또한 검색 결과를 만져 볼 수 있는 새로운 검색 기능. 이로써 인터넷의 미래에 대한 그들의 신념을 실천하는 첫 행보를 시작한 셈이다.

조금 더 들여다보자.“Hands on search” 기계 앞에서 아이들은 자신들이 평소에 궁금하고 만지고 싶었던 것에 대해 동그란 모양의 (빨간) 버튼을 누르고 말한다. 아이들의 목소리는 음성 인식 기능을 통해 인식되어 야후 재팬 사이트에서 검색이 시작된다. 검색 결과가 나온 후, 네모난 모양의 (파란색) 버튼을 누른다. 이때 검색 결과 데이터가 3D 프린트로 전송되어 프린트가 시작되는 것. 최종적으로 아이들 손에는 자신들이 만지고 싶었던 것이 3D 미니어처 형태로 들려진다. 아이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미니어처를 직접 만져보고, 느껴본다. 얼굴에 갖다 대 보기도 하고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느껴본다. 아무래도 글로는 감동이 전해지지 않는다. 아이들의 감동적인 경험을 영상으로 직접 확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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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떤 제목

넌 떠나지 마 2014. 5. 7. 17:53 |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내일을 향해 쏴라’,

‘태양은 가득히’…

 

 

이 영화들의 공통점은?

바로 영화보다 제목이 더 유명한 영화란 것 아닐까?

 

그런데 이 영화들의 진짜 제목은 따로 있었다는 사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의 원제는 <Bonnie And Clyde>,

<내일을 향해 쏴라>의 원제는 <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

<태양은 가득히>의 원제는 <Purple Noon>이다)

 

저 영화들이 개봉된 시기가 60~70년대였으니

외국이름이라곤 ‘존’이나 ‘찰스’ 말곤 생경했을 관객들에게 

길고 낯선 영문 이름 그대로를 제목으로 들이밀긴 퍽 곤란했을 거란 사실은 능히 짐작이 간다.

 

그렇다면 저 제목들은 어디서 나온 걸까?

한번 상상해보자.

영화 개봉을 앞두고 한자리에 둘러앉은 번역자와 영화사 직원들을.

귀에 착 감기는 제목, 관람욕구에 확 불을 댕길 제목, 조금 더 쌈박한 제목을 위해

그들이 피 터지게 아이데이션하는 광경을.

누군간 머리를 쥐어뜯고, 누군간 허공을 노려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줄담배를 뻐끔대서

그렇게, 고생 끝에 출산한 제목들일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태어난 저 주옥같은 제목들은 우리의 뇌리에 콕 박혀있다.

(오죽 명문이면 요즘 방영되는 TV 드라마들도 저 제목을 그대로 따다 쓰겠는가)

 

그런데, 언제부턴가 영어발음을 그대로 옮기는 영화제목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아이 오브 비홀더>, <프롬 파리 위드 러브>, <온리 갓 포기브스>

이들은 전치사, 부사는 기본이고 동사 3인칭 단수의 s 발음까지 하나라도 빠뜨릴세라 친절히 챙겨 표기한다.

엄마 뱃속에서부터 태교로 영어 동화를 듣고,

한 소설가가 주장한 영어 공용화가 심각한 사회적 화두로 거론됐을 정도로 (이것이 진정 심각한 일이다)

친 잉글리시 성향의 대한민국이니 뭐 그렇게 어색하고 놀랄 일도 아니지만.

 

그런데 저 '영어발음 그대로'의 제목들 앞에서 불현듯 엄습하는 이 아쉬움은 뭘까.

물론 원제는 그 작품을 설명하는 데 가장 유효한 제목일 수 있다.

하지만 제목의 목적이 과연 적확한 정보전달뿐일까?

작품의 본질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그 문화권에 맞는 해석을 넣은

 멋들어진 번안 제목들은 그 자체로 하나의 훌륭한 작품은 아니었을까?

그렇게 어떤 '시선'이 담긴 제목을 통해,

한 영화는 본편이 가진 것 이상의 질긴 생명력을 얻는 건 아니었을까?

 

문득, 단 한 줄의 제목을 위해 밤을 하얗게 지새웠을 그들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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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다녀오셨어요."  (0) 2014.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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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 나오셨습니다"

“연회비 없으신 카드시구요

“이 가방은 명품가방이십니다

“요금은 5천원이십니다

 

 

언제부턴가 사물에 극존칭을 붙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존칭어미 ‘--’는 사물에 쓸 수 없다. 사람에게만 사용하는 것이 맞다.

잘못된 국어사용의 예로 요즘 가루가 되게 까이고 있는 사물존대.

그렇다고 지금 지루하게 바른말 고운말얘기를 하자는 건 아니다.

 

궁금해졌다. 왜 하루에도 몇 번씩 커피숍에서, 매장에서, 상담전화에서 이런 말들과 마주치게 되는 걸까.

궁금해졌다. 정말 대한민국의 수많은 알바생들은 모두 무식해서 이런 말을 쓰는 걸까?

 

자고로 발화에는 숨겨진 의도가 있는 법. 들여다보니 대략 이런 심리가 읽힌다.

 

“라떼 나오습니다” (내 시급보다 비싼 라떼)

"연회비 없으 카드구요" (카드는 위대하니까)

"이 가방은 명품가방이니다" (어찌 감히 명품에 존대하지 않으랴)

"요금은 5천원이니다" (돈이 상전이지)

 

얼마 전 기사에서 커피 나왔습니다라고 했다가 예의 없다며 손님에게 삿대질을 당한 알바생의 사연을 읽었다.

그 이후 틀린 말인 줄 알면서도 꼬박꼬박 커피 나오셨습니다라고 하게 됐다는 알바생.

기사 말미, 그는 자신의 시급이 커피값보다 싸서 그런가 보다며 자조적으로 웃었다.

 

그렇다. 이 거북하고, 멋쩍고, 민망한 ‘--’는 의 언어다.  

조금이라도 고객님의 비위를 거스를까 두려운 서비스직들의 알아서 꿇는공손함이다.

사람보다 물건이 더 귀해진 세상, 사물 존대는 우리사회의 씁쓸한 단면이다.

 

고교생을 위한 국어 용어사전에서는 언어와 사고를 이렇게 규정한다.

언어는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는 수단일 뿐만 아니라, 생각과 느낌을 형성하고 규정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따라서 우리는 어떤 언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사고도 달라질 수 있다

 

전국 방방곡곡의 알바생들이 라떼 나오셨습니다대신 라떼 나왔습니다

당당히 외칠 수 있는 그날이 올 수 있을까?

 

잊지 말자. “어떤 언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사고도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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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아니 구글을 보자  


또 여행이야? 지난달에도 올리더니. 이런 질책. 0팀이라고 예상하지 않았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스팅을 하는 건 그럴 만하단 생각 때문. 여행은 차라리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라 해도 좋다. 봐야할 곳은 바로 그 달, 구글의 행보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호주 관광청이 SNS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며 '여행지 호주'를 팔았다면, 구글은 마르세유의 밤골목에 기대어 '플랫폼 구글'을 판 셈.    

문장을 바꿔본다. 우리나라 버전의 구글들, 다음이나 네이버가 자신의 브랜드를 위한 컨텐츠를 만든다면, 캠페인을 한다면, 어떤 형태가 될 수 있을까. <미생 프리퀄> 같은 훌륭한 컨텐츠도 나올 수 있지만, 구글의 나이트 워크와 같은 캠페인도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 pick은 여기서 시작되었다.  


구글 크리에이티브 랩(Google Creative Lab)에서 진행한 “구글 나이트 워크 (Google Night Walk)”

이 캠페인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경험이다. PC도 좋고, 모바일도 좋다. (https://nightwalk.withgoogle.com) 캠페인 사이트로 들어가보자. ‘Night walk in Marseille’라는 헤드라인과 함께 ‘소리와 거리, 도시의 영혼을 탐험하라는 메시지가 보인다. 배경으로 보이는 장소는 물론 마르세유다. 친절한 오디오 가이드 또한 놓치지 말자.  




배낭을 멘 여행자가 당신을 대신해 걸어갈 것이다. 초록색 길을 클릭하면서 따라가보자. 프랑스의 낭만이 묻어나는 남성 가이드 목소리가 들려온다. 오른쪽 카메라 버튼을 클릭해보라 한다. 스트리트 아티스트가 직접 그린 건물 벽화 이미지들을 보여준다. 치익칙- 스프레이 페인트 분사 소리도 들린다. 




본격적인 구글의 플랫폼 체험은 지금부터다. 지도 중간중간에 나타나는 영상 버튼이나, 카메라, 구글링 버튼을 클릭하면 관련된 이미지, 영상, 구글 검색을 통한 장소 설명 등을 볼 수 있다. 뿐인가. 구글 스트리트뷰 기능 중 하나인 파노라마 뷰를 통해 마르세유의 주요 건물들과 풍경을 360도 회전하면서 관람할 수 있다. 구글이니까 가능한 컨텐츠를 총동원, 정말 지금 내가 마르세유의 밤거리를 거니는 느낌이다.


단지 현장감을 전하는 수준이 아니라, 구글 검색 및 유튜브 동영상 연결을 통해 프랑스 문화의 심도 깊은 이해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예컨대, 프랑스 느와르 영화 소개나 프랑스 국민작가인 마르셀 파뇰의 집을 소개하는 것은 물론 동시대에 활동하고 있는 스트리트 뮤지션 및 아티스트의 영상도 감상할 수 있다. 

마음에 드는 영상이나 이미지, 정보들은 구글의 구글플러스 또는 페이스북, 트위터를 통해 다른 이들과 공유할 수도 있다. 총 34개의 핫스팟을 지나가다 보면 어느새 마르세유의 낭만과 운치, 살아 숨쉬는 프랑스인들의 스토리에 빠져들 것이다. 
 



좌하단의 미니 지도는 당신이 가고 싶은 곳, 어디든 안내할 것이다. 특히 거리의 소리들에 집중해보자. 도로를 지나가면 자동차 소리와 오토바이 소리, 레스토랑 앞에서는 사람들의 대화 소리와 음악 소리, 접시 소리 등이 현장감을 더해준다. 오디오 디지털 시티 투어인 <Promenades Sonores>(http://www.promenades-sonores.com/)에서 수집한 소리들이다. <Promenades Sonores>는 아티스트, 지역 상인, 다큐멘터리 감독 등 다양한 사람들이 직접 마르세유를 걸어 다니면서 만나는 새로운 시야와 소리, 지식들을 수집하여 만드는 오디오 디지털 시티 투어 컨텐츠이다. 


Promenades Sonores와 함께한 구글나이트워크 소개 영상




구글맵은 더 이상 길만 찾는 그런 맵이 아니다

구글맵을 활용한 캠페인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미, 구글은 구글맵을 단순히 길만 찾는 서비스로 한정 짓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컨텐츠로 만들어왔다.

몇 가지 소개하자면.

<해리포터>의 팬이라면 '디아곤 앨리'라는 지역명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해리포터가 친구들과 함께 마법 도구를 구입하기 위해 자주 들렀던 곳이다. 구글은 워너 브러더스 스튜디오가 촬영한 사진을 활용, 구글맵에서 '디아곤 앨리’를 검색하면 360도 방향으로 직접 볼 수 있도록 했다. 

구글 스트리트뷰에서 구현되는 해리포터의 ‘디아곤앨리’



최근에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종교 건축물인 앙코르 와트의 100여개 역사적 명소를 구글 스트리트 뷰로 볼 수 있게 했다. 구글은 앙코르 와트 내외부를 가능한 모든 수단을 이용하여 촬영했고, 9만개 이상의 파노라마 이미지를 제작하였다.
덕분에 우리들은 책상에 앉아 구글맵에서 검색하는 것만으로 마치 현장에서 앙코르 와트를 보는 것처럼 그대로 볼 수 있으며, (사실상 더 자세하게 볼 수 있으며) 관광 가이드 없이도 구글 문화연구원을 통해 앙코르 와트의 역사적, 예술적 유산들을 설명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구글 스트리트뷰에서 보이는 앙코르 와트 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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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진 인터뷰

각진이3. 주다살롱 @서울 북촌

 

 

2014년 대한민국 서울에 살롱이 부활했다는 제보를 입수했다. 입담 걸걸, 인상 푸근, 인심은 넘쳐서 탈인 두 여자가 야근하고 술 마시는 단조로운 생활을 생산적으로 바꿔보고자 2011년 겨울 결성했다는 주다살롱. 낮에는 멀쩡한 직장인, 그러나 퇴근 후엔 마담으로 변신해 동네방네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있는 그녀들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페북으로만 접하던 이 살롱의 실체를 두 눈으로 확인하고자 “술과 차로 지구정복”이 목표인 두 마담을 북촌의 한옥 게스트하우스, ‘이랑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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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다살롱 조직도를 입수했는데, 거의 주다 다단계회사 수준이다

 

) 다국적 문어발 기업을 표방하기 때문에? 흐흐

 

) 살아있는 조직도랄까? 사실 사람은 몇 명 없는데-

 

) 회계팀장 몽, 영업팀장 몽, 공장장 영, 주다잉여인력사무소 사무소장 몽. 하부내용 보면 다 몽, , , , ,, ,영… 조직도는 넓고 사람은 반복.

 

) 난 어느 날 갑자기 해외 지사장도 돼. “나 태국 가려고했더니 , 그럼 태국 지사장!”

 

) 영마담이 어딜 가든 거기가 해외 지사! 알래스카 가면 알래스카 지사장 되는 거고. “그 동네 마트에서 뭐가 괜찮아? 어서 거기 특산물을 보냇!!

 

 

 

조직도에 주다인력사무소는 뭔가?

 

) 사실 뭐 다 개인 인맥이죠.

 

) “뭐, 친구동생이 놀아?

 

) “그럼 걔, ‘주다인력사무소 잉여1!

 

) 신기하게 저희랑 친한 사람들은 다 일을 잘해요. 기본적으로 일당 백. 하긴 일 못하면 우리가 성질 나서 같이 못해.

 

) 사실 작년 5월부터 영마담은 주다살롱에 거의 휴직계를 냈어요. 그래도 제가 나름 인덕이 좋아서.

 

) (한쪽에서 전 부치는 처자들을 가리키며) 지금 저분들도 주다인력사무소 잉여들!

 

 

 

훈훈한 주다살롱 조직도   두 마담을 제외한 인력들의 보수는 담배 한 갑이나 커피 한 잔이다. 그냥 인복이라는 몽마담의 말에

당신이 남 못 챙겨줘 안달인 퍼주는 여자라 사람들이 한번 엮이면 못 빠져 나간다고 반박하는 영마담 

 

 

 

워크샵 명칭이“노동착취 워크샵”이라고 들었다

 

) “좋은 건 마담 먼저”로 시작을 했는데 요즘엔 마담들 몸이 힘들어서. 우리가 우리 손을 못 따라가요. 손이 너무 크니까.

 

) 그래서 요새 몇 달은 병작업을 못했어요. 궁리하다 애들 불러모아 노동착취 워크샵을 열기 시작한 거지. ‘내가 너무 힘들다, 니네가 와서 일 좀 해라’ <뱅쇼줄께 노동다오> 이렇게 해가지구. 요번 겨울 레몬 작업은 다 애들이 했어요. 내가 안 썰었어.

 

) 몽마담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찰리고, 그 밑에 움파룸파들이 필요해.

 

) 그래서 노동착취. 흐흐.

 

 

 

            노동착취 워크샵 포스터  기꺼이 노동력을 제공하러 달려가고 싶게 만드는 센스만점 포스터들

 

 

 

노동착취라고 했지만, 지난 번 워크샵 보니 모르는 사람들끼리 한 테이블에 둘러 앉아 꼬물꼬물 음식 만드는 게 하나의‘놀이’ 같더라.

 

) 다행인 게, 기본 바탕이 남과 어울리는데 어려움 없는 분들이 오니까. 난 그냥 뭘 좀 먹여서 분위기 좋게좋게 만들어 놓고, 그 담에 상만 깔면 자기들끼리 너무 잘 노니까.

 

) 주다살롱 1주년 때, 우리끼리 축하하는 거 말고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다 나온 게 워크샵이에요. 페이스북 주문자도 처음엔 다 알음알음이다가 그때쯤엔 점점 우리가 모르는 분들도 많아지던 때라.

 

) 우리가 하는 작업을 공개하자! (강조)우리가 얼마나 힘들게 만드는지!!!

 

) 처음 워크샵 할 땐 “올까?” “될까?” 했죠. 유자차, 레몬차 만들고서 병에 붙이는 라벨을 크레파스로 직접 만들게 시켰는데, 다들 너무 잘 하고 재밌어하는 거예요.

 

) 사실 워크샵도 적자예요. 사람들 먹을 것 내놓고, 각자 만든 걸 2병씩 나눠주고 하니까 남는 건 하나도 없는데, 그냥 저희가 좋아서 하는 행사.

 

 

 

 

 

주다살롱 워크샵  현장중계   회사 끝나고 달려온 직장인부터 아이를 데려온 가족까지 한자리에 둘러앉아 노동착취를 당하고 있는 현장

마담의 지시하에 썰고, 절이고, 담그며 생면부지의 사람들 사이에 이야기꽃이 핀다. 이것이 진정한 살롱의 포스

 

 

 

많은 직장인들이 이모작 라이프를 꿈꾸지만 금전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쉬운 일이 아닌데

 

) 사실 주다살롱 시작하는 데 마미론 받은 거예요.

 

) 전에 같이 밥 먹는데 몽이 기력이 떨어져 보이더라구. “오늘 왜 그러냐?” 그랬더니 어제 6시까지 회사일 하고, 7시부터 두 시간 영어학원 수업 듣고, 인천 가서 12시까지 술 마시고, 새벽 3시까지 물건 만들고선 출근했단 거야.

 

) 그리고 출근해선 포도당 한방 딱 맞고! 당 떨어져서 안되겠더라구.

 

) 저는 몸은 상하지 말고 일하자는 주의인데-

 

) 몸도 생각해야 되는데, 일단 약속한 건 지켜야 하니까. 내가 피곤하고 못 자도 일단 지킬 건 지켜야겠다, 그런.

 

) , 그리고 몽마담은 직장을 옮겼거든요. 회사일이 그렇게 바쁘지 않습니다. 그래서 칵테일도 배우러 다니고, 가양주 가서 발효주 수업도 듣고.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었던 순간은 없었나?

 

)(대뜸)많죠! 친구가 저한테 호를 하나 지어줬어요. ‘봇짐’ 몽마담. 맨날 양손에 바리바리 짐 들고 다니니까. 저번엔 혼자 장보다 버릴 뻔 했어. 백팩에 파인애플 3개를 넣었는데 파인애플 꼬다리 때문에 가방은 안 잠기지, 손에는 계란 한판에 또 뭐랑 뭐랑. 아 집어 던지고 싶더라고, 열 받아서.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또 이상하게 겹칠 땐 회사 일에 주다살롱 일에 개인사까지 막 다 겹치거든요. 그럴 땐 즐거우려고 시작한 건데 너무 힘들구나, 내가 너무 벌렸구나 그런 생각도 들지만. 뭐 이것 또한 지나가리. 결국엔 다시 좋아지더라구요.

 

) 처음에는 이거 왜 안 퍼져엄청 답답한데, 어느 한 순간 퍼지기 시작하면 그 속도는 막힌 게 그냥 확 뚫리는 느낌! 몽마담은 인복이라고 표현하지만 저는 그게 활동했던 것들이 어느 순간 확 터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차가 없는 몽마담은 택시와 튼튼한 팔다리를 이용해 재료를 공수한다

인터뷰 날도‘장 보느라 좀 늦는다’는 몽마담을 다소곳이 한옥에 앉아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벌컥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우렁찬 그녀의 외침소리가 들렸다

“빨리 사람, 여기 힘쓸 사람!

등에는 백팩, 양손엔 트렁크 가방과 비닐봉지, 가슴팍엔 박스를 끌어안고 호령하는 몽마담

화들짝 놀란 인터뷰어들은 맨발로 뛰쳐나가 그녀의 지시대로 일사분란하게 짐을 날랐다

‘노동착취’는 이렇게 이루어지나 보다

 

 

 

메뉴 선정부터 워크샵 컨셉까지 아이디어는 어떻게 내나?

 

) 둘 다 바빠서 자주 보진 못하는데 만나서 회의해요. 회의하는 게 즐거워. 얼마 전에도 두 시간 회의하는데 30분을 하이파이브만 한 것 같애.

 

) 머릿속에 아이디어를 짜내는 튜브가 있어. 퐁퐁 나와.

 

) 누가 뭐라고 하든 우리끼리 신나면 됐다.

 

) “완전 좋다, 좋다하면서!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이미지나 공지글이 참 센스있더라

 

) 주다살롱 조직도에 있는 디자인팀 안실장한테 컨셉 잡아서 이미지랑 문구랑 보내요. 제 취향이 워낙 뚜렷해서 안실장이 작업해오면 한 3번 정도 까요. 다시, 다시, 다시! 그렇게 나오는 결과물들이죠.

 

) 페북 포스팅에 신경 쓰는 건 같은 음식이라도 이렇게 예쁘게,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예요. 우리가 고생해서 만들었잖아요. 근데 잘 모르는 분들은 우리제품을 선물 받고도 , 고마워하고 그냥 툭 쳐버릴 수도 있으니까. 그냥 지나다니는 음식이 되는 게 아까운 거예요.

 

) 허투로 먹을 수 없고!

 

) 농부가 쌀알을 못 버리듯이.

 

 

 

그밖에 벌이고 있는 일은 따로 없나?

 

) 연말에 지금 이곳, 한옥 게스트하우스 이랑을 인수했어요. 여태까진 주다살롱의 작업공간이 따로 없었는데 이제 처음으로 생긴 거죠. 워크샵을 자주 할 거예요. 또 마당 텃밭에 애플민트 같은 허브 키워서 즉석에서 뽑아가지고 웰컴드링크에 넣어볼까도 하고. 여러 구상이 많아요. 이 공간이랑 주다살롱이 결합돼서 할 수 있는 이벤트들. 일일 찻집처럼 ‘일일 주다살롱’ 열어 낮엔 차 팔고, 저녁엔 술 팔고 하루 종일 주다살롱 상품으로 운영해도 재미있을 것 같고.

 

) 그리고 저 텃밭은 외부인에게.

 

) 소작농 모집을 했어요. 이미. 

 

) 소작농들은 오면 흙부터 파야 돼. 흐흐

 

 

 

 

이랑과 두 마담을 공개합니다   게스트하우스 겸 주다살롱의 아지트가 된 이랑의 전경. 아담한 마당이 퍽 운치 있다

거침없는 말빨과는 달리 사진빨을 걱정하던 두 마담의 실물도 살짝 공개

 

 

주다살롱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 실패해도 좋은 우리 놀이터? 지난 번엔 쿠키 만들려고 밤 깠다가 그 껍질을 끓여봤어요. 맛이 어떨까, 어디 응용해볼 수 있을까 싶어서. 근데 맛이 진짜 너무 이상해. 그럼 “이건 실패했어!” 그걸 온전히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거든요. 무조건 완벽해야 되고, 성공해서 인정받아야 된다기보단 나란 사람이 뭔가를 발산했을 때 그 결과에 상관없이 내놓을 수 있는 곳.

 

 

 

마지막 질문. 앞으로 주다살롱이 어떤 곳이 되길 꿈꾸나?

 

) 와서 쉴 수 있는 공간이 됐음 좋겠어요. 사는데 지치고 찌들어도 여기 와서 그냥 술 한잔, 차 한잔 하면서 쉬는. 소규모로 즐거운 모임도 할 수 있는, 그런 진짜 살롱이.

 

) , 직장인들은 꿈꾸잖아요. 퇴근시간까지 바짝 일하고, 푹신한 소파가 있는 작은 바에 가서 지인들과 편하게 보내는 시간. 그런 거. 뭐 이름만 남든, 하나의 공간이 되어 잘 되든, 주다살롱이란 이름 아래선 그런 분위기가 돌게. ‘내가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곳?’ 그런 곳이 됐음 좋겠어요.

 

) “우리 오늘 어디 갈까?” “주다살롱 갈래!” 그럴 수 있는 곳. 오늘 거기서 누가 공연하나? 오늘 거기서 뭐 전시하나? 소소하지만 항상 뭔가 있는 곳. 그런 공간

 

 

) 어우. 격하게 말한 것치곤 너무 훈훈하게 마무리 된다~

 

 

 

인터뷰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핑퐁처럼 주고받는 두 마담의 입담에 얼이 쏙 빠졌다. 3년 넘게 주다살롱을 꾸려가면서도 한번도 싸운 적이 없다는 환상의 짝궁, 최강 케미. 그녀들은 건강하고 흥이 넘쳤다. ‘마담스런 포스에 언니같은 편안함, 그리고 걸진 농담 속에서도 번뜩이던 올곧은 생각들. 아마도 이런 게 진정한 각이겠지. 그녀들의 목표처럼 술과 차로 지구정복할 때까지 주다살롱이 그 자리에 있기를 응원해본다 

 

 

© 글/사진 TBWA 0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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