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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곱해서 -1이 되는 새로운 수를 생각하여 

이것을 i로 나타내고 i를 허수단위라고 한다.

 

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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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나 궁금했다.

왜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수를 굳이 만들어내서 배워야 하는걸까.


오랜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허수의 존재 이유에 대해서 검색해보았더니

수학보다는 물리학에서 더 많이 사용되는 단위라고 한다.

‘고전 방정식의 물리학’에서 양자역학과 같은 ‘현대 확률의 물리학’으로 바뀌면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단위라고 한다.

‘없다’라는 의미를 0이라는 숫자로 표기할 수 있게 됨으로써 수학이 급진적으로 발전한 것과 같이

정확한 사실이 아닌 확률의 가정으로 과학을 발전시키는 데 허수가 큰 역할을 한 게 아닌가 한다.

따라서 ‘허수’라는 것은 존재하지는 않으나 표기를 위해 필요한 수라고 생각하면 쉽다.


나는 이 허수의 역할이 “우리 오늘부터 사귀는 거야”라는 말과 흡사하다고 생각한다.

존재하지는 않으나 표기를 위해 필요한 날짜와 같은 개념.

사실 우리가 언제부터 사귀게 되었는지는 정확한 좌표로 존재하지 않는다.

호감을 가진 순간부터 우리는 사귄 걸까. 

몇 번째 만남부터 우리는 사귄 걸까.

손을 잡은 순간부터 우리는 사귄 걸까. 

좋다는 말을 한 순간부터 우리는 사귄 걸까.

내 마음의 크기가 변해가는 그래프조차 정확하게 그릴 수가 없는데

어떻게 “지금부터야!”라고 점을 찍을 수 있을까.


그렇지만 오늘부터 사귄다는 방점을 찍지 않고서는 연애가 급진적으로 발전하기 힘들다.

비록 유치하고 낯간지러운 상황 설정 같을지라도

이런 말을 해도 될까,에 타당한 근거를 주고

이런 행동을 해도 될까,에 서로가 인정하는 범위를 주고

김칫국 마시는걸까,에 공식적인 자격을 줌으로써

연애가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또한 ‘사귄다’는 의미를 특정 날짜로 표기할 수 있게 됨으로써

다가올 숱한 기념일들의 계산을 가능하게 해주기도 한다.


돌이켜보면 사귄다는 말 없이 시작된 연애는 발전하기는 커녕

헤어진다는 말조차 민망스럽게 흐지부지 되곤 했다.

심지어 대학 시절 일년 넘게 나와 썸을 타던 그 남자는

“사귀자”라는 말을 본인 스스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헤어지자”라는 말을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님을 깨닫고

“유학간다”라는 촌스러운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몇 달 뒤 우연히 학교 앞에서 마주쳤는데 정말 때려줄 뻔했다.


아무튼 “사귀자”라는 말을 하지 않는 남자들은 좀 꺼림직한 경향이 있다.

마치 내가 먼저 헤어지자고 하면 우리가 언제 만났었냐고 나올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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