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진 인터뷰

각진이 2 음란소년 @ 서울 홍대 

 

 

 

인디 음악계에 떠오르는 감성 변태이자 자칭 외박을 부르는 목소리를 가진 싱어송라이터. 대놓고 음란하다 하여 이름도 음란소년. 어쩌다 듣게 된 그의 대표곡, <오빠는 이러려고 너 만나는 거야>. 말랑말랑 달콤한데 뜯어보면 19금이고, 자극적인데 부담스럽지 않고, 굉장히 야한데 기분은 나쁘지 않은 오묘한 곡. 들을수록 중독되는 그의 음악에 홀려 그의 서식지이자 출몰지인 홍대행을 결심, 우리 지금 당장 만나요 - 


 


 

2부

  

본격 노래 질문. 음란소년이 좋아하는 음란소년의 노래가 있다면?  

 

<두시까지만>, 음악적으로 좋아하는 곡이예요. 자장가 같은 느낌. 자기 전에 듣기 좋은 곡이죠.  

 

 

음란소년을 대변하는 곡이 있다면?

 

<오빠는 이러려고 너 만나는 거야>가 아닐까요. 콘서트장에서도 가장 열광적인 반응이 오는 곡이예요. 아무래도 퍼포먼스 때문인 것 같긴 하지만. (웃음)  


음란소년이 제공한 음란소년의 대외활동 포착 사진들

위 사진이 바로 <오빠는 이러려고 너 만나는 거야> 명곡을 온몸으로 시현하시는 현장 되겠다   

 

 

주옥 같은 가사, 중독성 있는 멜로디는 어떻게 쓰는 건가

 

사실 열심히 쓴 건 없어요. 빈둥빈둥하면서 썼죠. 앉아서 쓴 가사는 거의 없고, 걸으면서, 침대 누워 있을 때, 딴짓 하면서 쓴 게 많죠. 저는 곡을 거의 다 에버노트로 써요. 걷다가 곡이 생각이 나면 녹음해놓고, 가사가 생각나면 써놓고. (스마트폰 없었으면 어쩔 뻔 했나?) 기기가 없을 땐 확실히 곡을 잘 못썼었어요. 지금은 너무 수월하죠. 기기의 도움을 굉장히 많이 받는 편이예요. 아이디어는 순간순간 되게 많은데 문제는 그걸 어떻게 잡느냐 였거든요. 지금은 하나도 버리지 않고 잡게 된 셈이니까요. 무엇보다 가사는 그렇다치고 멜로디는 10초만 지나도 생각이 안나거든요. 바로바로 메모해두지 않으면 잊혀지는 거죠. (오늘의 교훈: 메모를 잘 하자)  

 

 

음악에 대한 얘기 없이 음란소년을 말할 수 없다

음란소년이 직접 소개하는 그의 대표곡들!

 

이땅의 수많은 오빠들 중 한명으로서 스스로에 대한 존재론적 성찰을 담은 <오빠는 이러려고 너 만나는 거야>

현대인들의 피상적인 인간관계와 익명성을 노래한 타이틀 곡 <이름이 뭐였더라>

2012년 대선정국을 바라보는 음란소년의 혜안을 엿볼 수 있는 곡 <사랑은 보수 섹스는 진보>

소녀들의 귀가본능을 흔들어놓을 <두시까지만>

가요 역사상 가장 슬픈 발라드곡으로 기록될 <약속이 취소됐어>

여성들이 음란소년을 거부할 수 없는 이유를 알 수 있는 <Roman Realizer>

음란소년의 강력한 돌직구송 <나와 함께 자요>

 

 

가사와 삶의 싱크로율?

 

경험반 상상반 (소리반 공기반 같은 느낌?) 

제 곡 중에 <두시까지만>이라는 곡이 있는데요. 한번은 친구들이랑 얘기하다 밤12시쯤 회가 너무 먹고 싶은데 그럼 우리 딱 두시까지만 먹고 가자, 라고 된 거죠. 그때 이상하게 두시까지만에 꽂혀서 그것만 제목으로 발췌해서 곡을 쓴 거구요.

 

 

뭐 하나 놓치는 게 없는 파리지옥 같으시다

 

제겐 단어 하나 문장 하나가 다 중요해요.  <오빠는 이러려고 너 만나는 거야>라는 곡도 오빠, 나 이러려고 만나?” 이 문장 하나에서 모든 게 시작되는 거죠. 실생활에서 자주 쓰는데 가사나 소설에서 잘 안쓰는 문장에 관심이 많아요. 

 

 

원래 음악을 하고 싶었나?

 

작곡에 관심이 많았어요. 노래는 생각을 못했어요. 지금에 와서는 발을 뺄 수 없는 지경에 와버리긴 했지만장르 불문하고 음악을 좋아했고, 악기도 이것저것 조금 조금씩, 제대로 할 줄 아는 악기는 없어요. 혼자 책 보고, 화성학도 공부하고, 사이트 찾아보고, 곡을 쓰며 보낸 시간이 꽤 됐죠. 음악을 하면서 음악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순간은 한 순간도 없었어요. 다만 버틴 거 같아요. 한달 버티고 또 한달 버티고 그렇게 계속.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악 외 다른 분야는 생각도 해본 적 없구요. 생계를 위해 알바는 했을지언정.  

제일 상상하기 싫었던 건 죽을 때 아, 그때 내가 음악할 껄 왜 안했지, 하고 있을 제 모습이었던 거죠.

친구들이나 자식들에게 내가 왕년에 이렇게 하려고 했는데 잘 안됐어, 그런 말 하고 있을 제 자신이 싫어서, 인생이 조금 비루할지언정 하고 싶을 걸 버티면서 하는 게 맞겠다고 생각한 거죠.

 

 

삶의 모토가 있다면?

 

졸리면 자자! 제 생활에서 가장 만족하는 부분이 이거예요. 졸릴 때 잘 수 있다는 거. 지구상의 모든 동물 중 오직 인간만이 졸릴 때 안자고, 자고 싶을 때 일어나잖아요. 저는 동물처럼 사는 게 행복해서 졸릴 때 자고 눈 떠지면 일어나요. 알람이 있을 필요가 없죠. 삶의 가장 큰 행복이구요. 실제로 잠을 많이 자요. 밤잠도 많이 자고, 낮잠도 하루에 3~4번 자요. 저에겐 낮잠이 굉장히 중요해요. 잠들기 전이랑 잠에서 깰 때 생각이 많이 나는 편이거든요. 

 

 

가족들은 뭐라고 안하나?

 

가족들은 음란소년에 대해 전혀 몰라요. 그냥 음악을 하고 있다 정도. 사실 밝히고 싶은 생각도 없어요.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면, 결국 유명해져서 알게 되는 것일 테니, 용돈을 드릴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용돈 쓰세요, 로 무마할 수 있는 상황이 될 확률이 높겠죠. (이 남자, 굉장히 치밀하다)   



같이 무대를 꾸며보고 싶은 뮤지션이 있나?

 

아역 연기자들이 성인 연기자로 변신할 때 특별한 작품을 통하듯이 아이돌 가수들이 성인 가수로서 발판을 마련하고자 할 때 음란소년과 콜라보를 함으로써 인증이 되는 걸 꿈꿔보긴 했어요. 말하자면 성인돌로의 이미지 변신을 위한 등용문이랄까.  



2의 음란소년들에게 한마디

 

재밌게 하면 되는 거 같아요. 해보고 아님 말던가. 

 

 

마지막으로, 음란소년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난 잘해! (목적어는 상상에 맡기겠다고 했다)


여전히 신비주의로 가득찬 음란소년, 그를 이루는 조각들 



+ Bonus track 3: 인터뷰어 마음대로 꼽은 음란소년 베스트 노랫말   

 

오늘따라 왜 이렇게 프랑스 요리가 난 하고 싶죠. 잠깐만요. 아직 안 돼요. 에피타이저가 안 나왔어요. 너무 많이 먹진 마요. 디저트도 준비를 해뒀으니. 그런데요. 나 이렇게. 앞치마만 입고 있어도 되나요.

- <Roman Realizer> 가사 中

* 선정이유: 상황 설명 없이 상황이 그려지는 탁월한 묘사력 


+ Bonus track 4: 글로는 담을 수 없는 그의 심오한 음악 세계, 리쓴 앤 리핏      



그와 3시간을 함께 했지만 여전히 우린 그의 본명도, 나이도, 가정환경도, 졸업한 학교도, 자라온 배경도 모른다. 다만, 그가 얼마나 자신의 음악을 사랑하는지, 얼마나 자신의 삶을 즐기고 있는지 충분히 느꼈을 뿐. 음란하다 하기엔 너무나 젠틀하시고, 소년이라 하기엔 너무나 농익으신, 그러나 음란소년이 아니고선 그 어떤 호칭도 어울리지 않는 당신이 진정 음란소년. 함부로 드러내지 않는 당신의 각을 보여주어 감사한 시간이었어요.


 

 

.....

 

다음 각진이 인터뷰 예고

 

음란 다음은 조신한 버전으로. 멀쩡한 직장인 코스프레만으론 만족할 수 없다. 동네방네 사람들을 불러모아 싸롱을 꾸려 부지런히 뭔가를 만들어내고 있는 이모작 라이프를 경영하는 여인들을 만나러 간다.   


 © 글/사진 TBWA 0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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