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진 인터뷰

각진이 2 음란소년 @ 서울 홍대 

 

 

 

인디 음악계에 떠오르는 감성 변태이자 자칭 외박을 부르는 목소리를 가진 싱어송라이터. 대놓고 음란하다 하여 이름도 음란소년. 어쩌다 듣게 된 그의 대표곡, <오빠는 이러려고 너 만나는 거야>. 말랑말랑 달콤한데 뜯어보면 19금이고, 자극적인데 부담스럽지 않고, 굉장히 야한데 기분은 나쁘지 않은 오묘한 곡. 들을수록 중독되는 그의 음악에 홀려 그의 서식지이자 출몰지인 홍대행을 결심, 우리 지금 당장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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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는 셀프


인디 음악계의 마광수, 비누향 나는 변태, 외박을 부르는 목소리의 주인공, 음란소년입니다. 



그 정도는 알고 왔고, 더 밝힐 순 없나?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어요. 아예 정체가 없었으면 좋겠어서, 얼굴도 공개하지 않고 있죠. 본명도, 나이도, 배경도 공개하지 않으려구요. 각자가 상상하는 음란소년의 이미지를 제가 어찌 감히 깨트리겠어요. 음악도 상상력을 자극하는 음악이었으면 좋겠고, 뮤지션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사진도 정면으로 찍으면 곤란한데. (, ~)

 

 

공개할 수 있는 신체 부위는?

 

손 정도? 


 

범상치 않은 손의 자태: 손짓에서 변태가 느껴진다면 내가 잘못된 건가


비누향 나는 변태는 무슨 뜻인가?

 

어느 팬이 붙여준 별명인데요. 자기가 그전에 알던 변태들은 담배 냄새 나는 변태였는데, 저는 비누향 나는 변태인 거 같다고 지어준 거예요. 흡족한 별명이죠. 그래서 비누향 나려면 어떻게 해야하지, 비누향 나는 향수가 있나고민도 되더라구요. 개인적으로도 향수는 너무 직접적인 것 같고, 바디로션, 섬유유연제의 향기를 좋아해요. 특히 다우니향을 좋아해요

 

 

음란소년의 탄생 설화가 궁금하다

 

재주소년, 커피소년… 소년들이 판을 칠 무렵, 저는 섹시한 컨텐츠에 관심이 많았어요. 소년이라고 하면 순수하고 유약한 이미지가 지배적인데, 한국 특유의 소년이라 불려지는 음악과 섹시한 컨텐츠를 섞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다 음란을 떠올렸죠. 어떻게 보면 소년과 어울리지 않는 가장 먼 단어이기도 하죠. 사람들도, 가수 이름이 이게 뭐야, 로 시작해서 음악을 듣게 되는 거 같아요.  

 

 

앨범도 딱 음란소년스럽다. 설마 본인 입술인가

 

입술 진을 뽑았어요. 페이스북에 공지를 띄웠죠. 입술 예쁜 분 찾는다고. 아는 디자이너 친구의 친구 입술이 뽑힌 건데 음란한 입술의 조건을 다 갖췄어요. 아랫입술이 도톰하고, 솜털도 적당히 있고, 포인트는 살짝 삐져나온 덧니. (웃음)

 

이것이 바로 소속사도 없고, CD유통도 직접한다는 음란소년의 첫 공식 앨범 <음란소년>

 

 

지난 2012 5 4 <음란소년>을 첫 싱글 음원으로 발표했다고 들었다

 

‘소년’이니까 어린이날 발표하고 싶었는데 공휴일이어서 음원 등록이 안되더라구요. 어쩔 수 없이 전날 발표했죠. 별 큰 야심은 없었고, 재미있겠다 싶어 시작한 거예요. 본격 활동은 2012년 겨울 1집 음반 내면서 시작한 셈이구요

 

 

첫 싱글 발표하고 반년만에 앨범 낼 곡을 다 만든 건가?  

 

정규 앨범 씩이나 낼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본격적으로 하려고보니 아이디어가 주체할 수 없이 떠오르더라구요. 넘쳐나는 아이디어 때문에 이럴 거면 정규 앨범을 내자, 하고 내게 된 거죠. 원래는 4~5곡 해서 EP 음반으로 내려했는데, 너무 생각이 잘 나더라구요.  CD는 발매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음원만 부담 없이 내자 한 건데 팬들이 CD는 왜 없어요? 항의하시길래, CD를 원하면 후원해주세요. 했더니 정말로 후원을 해주시더라구요. 결국 텀블벅을 통해 CD까지 나온 거죠

 

 

별명도 만들어주고, CD도 만들어주는 그 팬들은 대체 누군가?

 

거의 여성 팬들이죠. 그 중에서도 10대가 가장 많아요. (19금 노래도 있건만!)

제 노래가 여성 커뮤니티에서 많이 화제가 되었다고 하더라구요.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확인해보고 싶었는데, 남자들은 가입이 안되는 사이트라 들어가 볼 순 없었지만. (웃음)  

 

 

선물도 많이 받을 거 같은데

 

주로 먹을 걸 많이 줘요.  ABC초콜릿부터 마이쮸도 가져다 주고요. 소년이니까. (웃음)  요즘 10대는 참 발랄하더라구요. 포털사이트 지식인에 올라온 질문 중에 음란소년 공연 가서 음란소년 벗기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하나요? 라는 글도 있었거든요. 다행히 그런 참사는 아직은 일어나지 않았어요. 아직은…  

 

 

공연의 신, 이승환 콘서트에 게스트 공연도 했다던데?

 

승환님과는 사실 전혀 관계가 없는 사이였어요. 추측이긴 한데, 모 인디 전문 음악 잡지 표지모델로 승환님이 표지 모델로 나왔을 때, 하필 그 잡지에 음란소년 기사가 실렸었거든요. 아마 그 잡지 보시다가 제 음악을 들어보시고 연락을 주신 게 아닐까. 공연에 게스트로 와줬으면 좋겠다, 제의가 왔고, 그래서 무대에 선 거죠.  

 

 

단박에 오케이한 건가?

 

살짝 고민도 했죠. 냉정하게 말해 저는 보컬로서의 정체성을 말하긴 힘든 입장이거든요. 전문 교육이나 트레이닝을 받은 것도 아니니까 가수로서 승환님의 공연 무대에 서는 것에 부담도 있긴 했으니까요. 망신만 당하는 건 아닌가 걱정하기도 했는데, 망신을 당할지언정 내가 서고 싶다고 한 것도 아니고, 직접 초대해 주신 거니까 영광으로 생각하자 해서, 용기를 낸 거죠. 그렇게 해서 2013년 봄 부산 무대에 섰어요. 재미있는 건 그날 공연하고 나서 승환님이 제 무대에 영감을 받았는지, 19금 콘서트를 해보자, 제안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19일과 금요일이 겹친 달에 서울과 부산에서 19금 공연까지 한 거죠

 

 

이승환의 무대보다 반응이 더 좋았을 것 같다

 

물론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제 공연이 쇼킹하긴 했나봐요. 공연장에서 여보!”를 외치게 하거든요. 제가 내려갈 때도 계속해서 여보!”가 들리니, 승환님이 관객에게 낯선 남자에게 여보라고 부르는 너희들은 뭐냐?”라고 하시더라고요.

 

 

왜 여보라고 하는 건가?

 

제 노래에 오빠에서 시작해서 여보에서 끝난다는 가사가 있어요. 그래서 “Say, 여보!”가 된 거죠.  

 

 

문제의 곡 <음란소년> 가사 中

 

침대에서 시작해서 플로어에서 끝나요

오빠에서 시작해서 여보야로 끝나요

(중략)

서울에서 시작해서 홍콩에서 끝나요

여보야로 시작해서 미쳤어로 끝나요 

 

 

음란한 쪽으로 아이디어가 많은 것 같다

 

누구라도 아이디어가 많을 거예요. 다만 결과물의 형태로 표현하는 것에 주저하는 거겠죠. 저는 주저함 없이 해버리니까. “Say 여보!”침대에서 미치광이라고 하는 거나, 근데 막상 하니까 다들 좋아하더라구요. 그러다 말로만 하면 재미없으니까 행동으로 해볼까? 그래서 관객 중에 한분을 직접 무대 위로 불러 만지기도 하죠. (!!) 요즘은 음란소년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져서 고민이예요. 만지는 것도 약하다고 하거든요. 더 쎄게 뭘 해야하지, 이러다 잡혀가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웃음)  

 

 

 

 

+ Bonus track 1: 현장 보도   

 

테이블이라곤 3개밖에 없는 아늑한 홍대 모 카페에서 접선. 바로 옆테이블에선 성경 공부가 한창인데 음란소년과 음란에 대해 논하자니 어찌나 짜릿한지. 인터뷰만으로도 이미 음란 그 자체였다

 

 

+ Bonus track 2: 음란소년, 뭐 마실래요?    

 

딸기 스무디 마실게요. 전 달콤한 게 좋아요. 술도 좋아하는 라인이 있어요. 맥주는 후치스, 머드 쉐이크, 와인도 모스카토 다스티, 버니니, 말리부 파인애플, 베일리스 밀크, … (이 남자, 담즙까지 달콤할 듯)  

 


이봐 이봐, 딸기 스무디 잡은 손 마디마디. 너무 요염한 거 아닌가.  




- 2부에 계속 

 

 © 글/사진 TBWA 0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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