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방정식의 판별식은 2차 방정식의 근을 구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다.

구체적으로 x의 값을 구하기 보다는 이 방정식이 실근을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

그것만 판별하기 위해 간단하게 만들어진 식을 판별식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시시콜콜 부딪히게 되는 남자친구의 음주 습관이 있다고 치자.

이때 근을 구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예를 들면, 12시 이전까지만 술을 마시면 봐줄 수 있다.와 같은-

구체적인 해결 방법을 구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판별식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없는지 정도의 판별만 하는 거다.

-예를 들면, 고친다면 봐줄 수 있다거나 애초에 술버릇 있는 남자는 안된다.와 같은-


따라서 판별식은 해결할 수 있을까 없을까를 증명하는데 자주 쓰이는데

그 중에서도 ‘적어도 하나’라는 무척 흥미로운 증명법이 있어서 여기에 소개하려고 한다.


정석의 필수 예제에 따르면

-

실수를 계수로 갖는 세 개의 2차 방정식

ax2+2bx+c=0, bx2+2cx+a=0, cx2+2ax+b=0

중에서 적어도 어느 하나는 실근을 갖는다. 이를 증명하여라.

-

는 문제에 대해서

-

‘적어도 하나’하면 ⟾  우선은 귀류법을 생각하여라.

직접증명법도 좋지만 귀류법을 쓰면 답안이 깨끗하고 멋이 있어서 더욱 좋다.

-

라는 깨끗하고 멋진 모범 답안이 나와있다.


직접 증명법이 A는 이러이러해서 B이다.라고 직접 증명해내는 방식이라면

귀류법은 A가 B가 아닌 반대의 경우를 이용해서 증명해내는 방식이다.

즉, A는 B가 아니다.라고 가정했을 때 이 명제가 모순임을 밝혀내서 

그렇다면 고로 A는 B이겠네.라고 증명해내는 방식이다.


나는 이 귀류법을 남자친구에게 불만이 많은 친구들에게 자주 쓰곤 하는데

그들이 내게 제시하는 문제의 종류는 대개 이런 것이다.


-

연애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

외모, 성격, 돈, 시간, 습관, 술, 취향 중에서

적어도 어느 하나는 (그래도) 잘 맞다. 이를 증명하여라.

-


친구들은 나와 커피를 마시는 시간의 대부분을 직접증명법으로 이를 증명하기 위해 투덜대며 보낸다.


“남자친구와 헤어질까봐. 아 정말 나랑 맞는 게 하나도 없어.

그리고 너무 오래 사귀었는지 이제는 설렘도 없고 그냥 심심해서 만나는 것 같아.

사실은 외모도 내 이상형이 아니었잖아.

약속도 맨날 어기고 밤마다 게임하느라 전화통화도 잘 안해.

취직한 뒤로는 술도 너무 많이 마시는 것 같고.

나랑 영화보는 취향도 너무 안맞아서 영화관에 가면 맨날 싸운다니까.

지난번 내 생일에는 정말 어처구니 없는 선물을 줬다니까. 옛날에는 비싼 것도 잘만 사주더니.

아 정말 이제 그만 만날까봐.”


“그럼 헤어져.”


“그래도 걔가 착하긴 하지.”


정말 많은 시간을 잘 맞지 않는 문제에 대해 열거하는데 보내다가

마지막에서야 비로소 잘 맞는 ‘적어도 어느 하나’에 대해 증명하는 직접증명법을 쓴다.

그래서 내가 그들에게 사용하는 귀류법은 이렇다.


“남자친구와 헤어질까봐. 아 정말 나랑 맞는 게 하나도...”


“너 남자친구와 헤어졌니?”


“아니 아직 안헤어졌는데...”


“그럼 뭐 하나라도 너랑 맞는 게 있다는거야.

 예를 들어 정이라도 들었던가, 적어도 뭐 하나라도 네가 좋은 점이 있으니까 만나는거야.

 정말로 하나도 마음에 드는게 없다면 이미 헤어졌겠지.”


이건 비단 연애 뿐만이 아니라 많은 관계에서도 해당하는 것 같다.

투덜대면서도 계속 다니고 있는 회사, 맨날 욕하면서도 만나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내가 그 일이 정말로 싫다면 투덜대기 이전에 이미 그만 뒀을 것이다.

아쉽지만 쥐꼬리 만한 월급이든, 다른 회사에 비해 적은 야근이든,

뭔가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회사 이름이든, 

뭐 하나라도 좋은 점이 있으니 아직 그만 두지 않은게 아닐까.


그리고 내가 그 사람이 정말로 싫다면 욕하기 이전에 이미 만나지 않았을 것이다.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정 때문이든, 혹시나 나중에 도움이 될까하는 사심이든,

뭔가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본인 만족이든,

뭐 하나라도 좋은 점이 있으니 아직 만나고 있는게 아닐까.


일일이 열거하며 뭐가 좋고 뭐가 안좋은지 따져보는 직접증명법도 좋은 방법이지만

만약 내 시간을 조금 더 깨끗하고 멋지게 쓰고 싶다면 

귀류법을 통해 짧게 고민을 끝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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