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정석의 시작은 집합일까.

사칙연산이 등장하여 복잡한 계산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나중에 나올 수많은 단원들에 사용되는 것도 아니고

벤다이어그램 이외에는 별 다른 게 기억나지도 않는데 왜 배웠을까 .

아마도 수학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가장 처음으로 익혀야 할

수학의 언어를 배우기 위해서 이 집합이 필요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일상의 언어를 왜 수학의 언어로 바꿔야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간단하게 하기 위해서니까.

 

그 머리가 길고 웨이브졌는데

갸름한 얼굴에 쌍꺼풀 있고 피부 하얗고 키가 좀 큰편인 애.를

간단하게 ‘전지현’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이유와 똑같다.

말로 설명하려면 너무 길고 복잡하니까

한눈에 알아보기 쉽게 수식으로 표현하는 거다.

예를 들어, ‘A는 B에 포함된다’는 간단하게 A⊂B로

‘1≦x≦3을 만족시키는 실수 x의 전체의 집합 A’는 A={x|1≦x≦3, x는 실수}로

일상의 언어를 수학의 언어로 바꿔주는 거다.

만약, 2009년부터 2011년 사이에 남자친구 B를 만나 있었던 일 중에

그는 모르겠지만 나는 내심 상처받았던 일들의 찌질한 집합 A는

A={x|2009≦x≦2011, x∈B, x는 상처} 뭐 이런 식이 되겠다.

 

이제 연애를 수학의 언어로 표현하는 법을 알았으니

정석 제1장, 집합의 연산으로 한번 들어가 보자.

집합의 정의에 대해서 정석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

우리의 직관 또는 사고의 대상이 되는 것 중에서 확정되어 있으며

또 서로 구별할 수 있는 것의 모임 전체를 한 덩어리로 생각한 것을 집합이라 하고

집합을 구성하고 있는 개개의 대상을 그 집합의 원 또는 원소라 한다.

-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확정되어 있으며 또 서로 구별할 수 있는 것만이

집합의 원소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 학교에서 2학년 이상인 여학생의 모임’은 집합이 될 수 있지만

‘우리 학교에서 2학년 이상이며 이쁜 여학생의 모임’은 집합이 될 수 없는 것과 같다.

그것은 이쁜지 안이쁜지를 구별할 수 있는 판단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연애에서 서로의 집합을 교집합시킬 때 흔히 실수하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그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내심 상처받은 일,

그녀에게 말 못했지만 그는 사랑했던 마음,

그에게 좋다고 말했지만 그녀는 싫었던 일,

이런 것들이 바로 연애에서 서로가 다르게 생각하고 있는, 확정되지 못한 일들이다.

 

 

A라는 여자와 B라는 남자가 만나 연애를 할 때

당연히 서로가 공유하고 함께한 교집합이 많은 연애가

좋은 관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서로 확정하지 않아서

판단 기준이 없는 일들을 줄여야한다.

이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는 엄연히 다른 얘기다.

‘그는 좋았지만 그녀는 싫었다’는 사실을 서로가 알고 있다면 그건 확정된 사건이다.

그렇지만 그녀가 말하지 않아서, 그는 그녀가 좋아했다고 잘못 알고 있는 것은

바로 서로 간의 판단이 어긋난 확정되지 않은 사건이다.

 

 

 

나는 대부분의 연애사가 확정되지 않은 일들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굳이 말로 하고 싶지 않다는 타고난 성격도 있지만

나의 사랑이 너의 사랑과 다르니

나의 슬픔이 너의 기쁨으로 기억되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사랑이란 마치 독립적으로 살아있는 유기체 같아서

여기서는 결코 이해할 수 없었던 일들이 저기서는 완벽하게 이해되기도 하고

상처가 자존심 덕에 상대방을 향한 비난으로 변질되기도 했다.

뜨겁던 열정이 차갑게 식어버리는 것 또한 관대하게 받아들이면서

언제든 변할 수 있는 감정들을 굳이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그렇게 확정되지 않았던 많은 사건들이

결국엔 나와 그의 연애라는 벤다이어그램 안에 들지도 못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건 우리의 연애사에 아예 포함되지 않는 것과 다름없다.

교집합은 커녕 좋든 싫든 연애를 풍요롭게 하는 원소 자체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오해와 감정소모로 인해 관계를 악화시키기만 한다.

 

연애가 풍요롭고 좋은 관계로 오랫동안 지속되려면

서로 간의 정확한 표현으로 인한 확정된 원소들이 많아야 한다.

그와 그녀 둘다 행복했던 발렌타인데이,

그녀는 행복했지만 그는 불행했던 명품백,

그는 즐거웠지만 그녀는 재미없었던 낚시,

같은 사건에 대해서 서로가 똑같은 판단을 내리고 있는 원소들 말이다.

그런 똑같은 기억이야말로 서로가 오해없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진정한 사랑의 근거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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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을 맞아 특별한 새해 인사를 한 캠페인을 포착,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프랑스 텔레콤 브랜드인 "Orange"의 "hello 2014" 프로젝트. 모바일 화면과 컴퓨터 화면을 동기화하여 동시에 활용하는 "second screen" 기술을 활용한 인터렉티브 캠페인이다. 세컨드 스크린을 최초로 활용한 캠페인은 아니지만, 다른 어떤 캠페인보다 세심한 설계와 정교한 디테일이 돋보인다. 무엇보다 정말로 잘 구동이 된다. 

직접 경험해보고 싶지 않은가. 아래 링크를 눌러 사이트에 들어가보자. 스마트폰도 꺼내놓자.

http://hello.2014.orange.com/en/

웹사이트와 폰을 동기화시키는 것은 놀랄 만큼 간단하다. 화면에 보이는 QR코드를 폰으로 찍거나 사이트에 떠 있는 코드를 폰에 입력하기만 하면 끝이다.

자, 이제 당신의 폰과 컴퓨터 화면은 커플이 되었다. 리모콘과 TV와 같은 관계라고 이해해도 좋다. 다만 그 리모콘이 터치스크린을 가진 스마트폰이기에, 말 그대로 두개의 스크린을 한꺼번에 쓰는 기술이라 "세컨드 스크린" 기술인 것.

당신의 "Ten Fingers"로 체험해보자. 다양한 언어로 전하는 새해 인사를 받는 것은 물론 닌텐도가 부럽지 않은 게임도 즐길 수 있다. 아래는 샘플 화면이다. 폰 화면에 뜨는 종이 뭉치를 튕기면 컴퓨터 화면에 있는 책이 넘어지기도 하고, 마찬가지로 폰 화면에 떠있는 물감을 누르면 컴퓨터 화면에 물감이 투척되기도 한다. 



이 인터렉티브 캠페인의 시작은 지난 해 여름 선보인 "Ten Little Fingers" 캠페인으로 거슬러갈 수 있겠다. 내친 김에 TV 광고도 감상해보자. 

 "hello 2014"는 위의 TV 광고에서 언급한 "디지털 혁신이 진행되고 있다(the digital revolution is underway)"라는 카피를 BTL로 충실히 구현한 것이라 하겠다. 잘 만든 TV 광고와 그 컨셉을 디지털로 재치있게 해석한 인터렉티브 캠페인의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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