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팀 Manifesto

0팀이란 2014. 2. 14. 18: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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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의 다항식 f(x)를 일차식 x-α로 나눌 때 몫을 Q(x), 나머지를 R이라 하면

R은 상수이고 다음 등식이 성립한다.

f(x)=(x-α)Q(x)+R      ∴ f(α)=(α-α)Q(x)+R      ∴ R=f(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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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개념을 보다 쉽게 초등학교 때 배운 방식으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다.

 

나머지 정리의 목적은 단 한가지, 나머지를 빨리 알아내는 것이다.

복잡한 계산을 통해서 몫을 알아내고 그 나머지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몫이 있는 부분을 0으로 만들어 몫을 포기하는 대신 빨리 나머지를 구하는 방법,

그것이 바로 나머지 정리이다.


그렇다면 사랑에서 나머지 정리는 언제 필요할까.

아마도 '사랑이 끝난 뒤' 일 것이다.

흔히들 사랑이 끝나고 나면 그 사람을 정리하고 있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리고 그 정리에 하세월이 걸리는 사람들이 있다.

2년 연애했는데 정리하는 데 3년 걸리는 사람들,

바로 그런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방법이 나머지 정리이다.

나머지 정리의 핵심은 일차식 (x-α)를 0으로 만드는 데 있다.

내 사랑의 함수 f(x)를 (x-α)라는 사랑으로 나누어

그 사랑의 몫을 Q(x), 나머지를 R이라고 했을 때

나머지 R을 빨리 구하려면 (x-α)라는 사랑을 0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 말인즉슨 잔인하게도 내가 했던 사랑을 0으로 만들어야

그 사랑을 빨리 정리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굳이 그 사랑의 몫을 알아내려고 헤매면서

정리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곤 한다.

 

그때 그는 나에게 왜 그랬을까.

날 사랑하긴 한 걸까.

어떻게 나에게 그럴 수가 있지?

처음부터 날 사랑하지 않았던 거야.

이런 사람을 또 만날 수 있을까.

 

나 또한 이러한 생각들로 숱한 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곤 했다.

사랑이었는지 아니었는지 결론을 내려하고

사랑했다면 얼마만큼의 사랑이었는지 크기를 재려하고

그래도 사랑이었을거라 반올림 했다가도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0으로 수렴시키며

어떻게든 그 사랑을 정의 내리고 몫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야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사랑을 정리하는 데 있어 몫을 찾아 헤매는 것은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를 사랑했거나 말았거나, 나보다 더 사랑했거나 덜 사랑했거나,

그 모든 몫을 상쇄시키는 (x-α)=0, ‘사랑은 끝났다’ 앞에서

지나간 사랑의 몫 따위는 아무런 영향력도 없다.

나를 사랑했으면 뭐하나, 사랑은 끝났는데

나를 사랑하지 않았으면 뭐하나, 사랑은 끝났는데

우리가 (x-α)가 0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모든 건 사라지고 그 나머지만 남게 된다는 사실.

남은 카드 할부라던가, 빌려가서 갚지 않은 돈이라던가,

돌려받지 못한 책이나 음반, 괜히 줬다 싶은 아이패드 같은

사랑이 배제된, 정말 날 것 그대로의 나머지 말이다.

게다가 이렇게 나머지 정리를 하고 나면 오히려 명확하게 알게 된다.

그 새끼가 좋은 새끼였는지 나쁜 새끼였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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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를 포함한 등식에서 식 중의 문자가 어떤 값을 갖더라도

항상 성립하는 등식을 그 문자에 관한 ‘항등식’이라 하고

식 중의 문자가 특별한 값일 때에만 성립하는 등식을 ‘방정식’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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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에 나오는 항등식과 방정식에 대한 정의는 위와 같다.

그리고 이를 사랑에 대입해보면

어떠한 사건이 오더라도 항상 성립되는 사랑이 항등식 사랑이고

특별한 사건에서만 성립하는 사랑이 방정식 사랑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사랑이 어떠한 사건에도 한결같은 항등식 사랑이기를 원한다.

그렇지만 항등식의 성질을 알고나면 그런 사랑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항등식은 두가지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ax2+bx+c=0 ⟺ a=0, b=0, c=0

ax2+bx+c=a’x2+b’x+c ⟺ a=a’, b=b’, c=c’

라는 조건을 만족할 때에만 성립한다는 거다.

 

 

먼저 첫번째 경우인 ax2+bx+c=0 ⟺ a=0, b=0, c=0 이라는 말은

x에 어떠한 사건이 들어오더라도 a, b, c라는 계수가 0이기 때문에

사건 자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원천봉쇄하겠다는 뜻이다.

두 남녀가 만나기도 전에 0이 되어 연애를 시작조차 하지 않는거다.


나도 가끔 그런 항등식 사랑을 하곤 했는데

시작은 여느 연애와 다름없다.

누군가가 마음에 들어 온갖 상상을 하기 시작한다.

그 사람과 함께 길을 걷고 아름다운 것을 보고

마주 앉아있다가 손끝이 닿기도 하고...

그렇게 한참을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가

왠지 별로일 것 같고 나랑 안맞을 것 같다며

순식간에 a, b, c를 0으로 만들고 마음을 접어버린다.

누가 보면 미친년이라고 하겠지만

그래도 항등식 사랑이긴하다.

한결같이 나 혼자 있기 때문에 태초에 가능한 사랑.


그렇다면 두번째 경우인 2x2+3x+1=2x2+3x+1는 어떠한 상황일까.

보다시피 내가 너고 너도 나인, 내 자신과 사랑에 빠진 경우이다.

부끄럽지만 나는 이 두번째 사랑도 자주 한다.

혼자서 길을 걷고 혼자서 좋은 거 보러가고

혼자서 앉아있다가 혼자서 두손을 맞잡고

그렇게 한참을 사랑스러운 혼자만의 시간으로 보내곤 했다.

어떠한 사건이 발생해도 어쩜 그렇게 나와 생각이 같고 나처럼 행동하는지

이렇게 나랑 잘맞는 내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후후.

빙의가 되어 딴 사람이 내 몸 속으로 들어오지 않는 이상 현실에선 성립될 수 없지만,

‘나=나’라는 등식만은 언제나 성립하는 항등식이다.


결국 항등식 사랑은 

애초에 연애를 시작하지 않던가, 내 자신을 사랑하던가,

둘 중의 하나란 소리다.

그리고 나는 너무 많은 항등식 사랑을 했던걸까.

방정식 사랑을 통해 사랑의 답, x를 찾아내던 재미를 잊은 지 오래다.

두 방정식을 공통으로 만족시키는 x를 찾아내던 그 쾌감.


“너도 비냉?”

“너도 비냉?”

“오오 우리 사귈까”

“콜”


쿨하게 냉면집에서 이런 거 한번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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