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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를 포함한 등식에서 식 중의 문자가 어떤 값을 갖더라도

항상 성립하는 등식을 그 문자에 관한 ‘항등식’이라 하고

식 중의 문자가 특별한 값일 때에만 성립하는 등식을 ‘방정식’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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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에 나오는 항등식과 방정식에 대한 정의는 위와 같다.

그리고 이를 사랑에 대입해보면

어떠한 사건이 오더라도 항상 성립되는 사랑이 항등식 사랑이고

특별한 사건에서만 성립하는 사랑이 방정식 사랑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사랑이 어떠한 사건에도 한결같은 항등식 사랑이기를 원한다.

그렇지만 항등식의 성질을 알고나면 그런 사랑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다.

 

항등식은 두가지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ax2+bx+c=0 ⟺ a=0, b=0, c=0

ax2+bx+c=a’x2+b’x+c ⟺ a=a’, b=b’, c=c’

라는 조건을 만족할 때에만 성립한다는 거다.

 

 

먼저 첫번째 경우인 ax2+bx+c=0 ⟺ a=0, b=0, c=0 이라는 말은

x에 어떠한 사건이 들어오더라도 a, b, c라는 계수가 0이기 때문에

사건 자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원천봉쇄하겠다는 뜻이다.

두 남녀가 만나기도 전에 0이 되어 연애를 시작조차 하지 않는거다.


나도 가끔 그런 항등식 사랑을 하곤 했는데

시작은 여느 연애와 다름없다.

누군가가 마음에 들어 온갖 상상을 하기 시작한다.

그 사람과 함께 길을 걷고 아름다운 것을 보고

마주 앉아있다가 손끝이 닿기도 하고...

그렇게 한참을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가

왠지 별로일 것 같고 나랑 안맞을 것 같다며

순식간에 a, b, c를 0으로 만들고 마음을 접어버린다.

누가 보면 미친년이라고 하겠지만

그래도 항등식 사랑이긴하다.

한결같이 나 혼자 있기 때문에 태초에 가능한 사랑.


그렇다면 두번째 경우인 2x2+3x+1=2x2+3x+1는 어떠한 상황일까.

보다시피 내가 너고 너도 나인, 내 자신과 사랑에 빠진 경우이다.

부끄럽지만 나는 이 두번째 사랑도 자주 한다.

혼자서 길을 걷고 혼자서 좋은 거 보러가고

혼자서 앉아있다가 혼자서 두손을 맞잡고

그렇게 한참을 사랑스러운 혼자만의 시간으로 보내곤 했다.

어떠한 사건이 발생해도 어쩜 그렇게 나와 생각이 같고 나처럼 행동하는지

이렇게 나랑 잘맞는 내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후후.

빙의가 되어 딴 사람이 내 몸 속으로 들어오지 않는 이상 현실에선 성립될 수 없지만,

‘나=나’라는 등식만은 언제나 성립하는 항등식이다.


결국 항등식 사랑은 

애초에 연애를 시작하지 않던가, 내 자신을 사랑하던가,

둘 중의 하나란 소리다.

그리고 나는 너무 많은 항등식 사랑을 했던걸까.

방정식 사랑을 통해 사랑의 답, x를 찾아내던 재미를 잊은 지 오래다.

두 방정식을 공통으로 만족시키는 x를 찾아내던 그 쾌감.


“너도 비냉?”

“너도 비냉?”

“오오 우리 사귈까”

“콜”


쿨하게 냉면집에서 이런 거 한번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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