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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팀이란 2014. 2. 14. 15: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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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진 인터뷰

각진이 1.  김석관 + 서장현 @ 부산 색동길

 

 

 

조용한 주택가 뒷골목이었던 부산 색동길이 감각적인 멋진 가게들로 채워졌다. 변화의 주범은 서핑 용품 편집샵 <안티도트(Antidote)>를 오픈한 청년들. 캘리포니아도 아닌 부산 골목에서 서핑 용품을 판다. 연이어 문을 연 <고사우스(Go South)>도 온전히 서퍼의 꿈으로 완성된 곳. 그것도 모자라 최근에는 부산항 앞 창고 건물을 개조해 새로운 문화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했다

유학파 절대 아님. 부산 사투리 장난 아님. 샵 인테리어 보통 아님. 서핑에 미쳐 제 정신 아님.

한마디로 골때리는 청년들. 그 프로필에 호기심 발동, 부산행 KTX를 탔다.  

 

(featuring; 부산 사투리)

 

3부

 

 

어렸을 때는 뭐가 되고 싶었나

 

) 건축을 전공하고 싶었는데, 성적이 안돼서 인테리어를 공부하고 실제로 인테리어 현장에서 3년 동안 일도 했어요. 그러다 다니던 곳이 부도가 나는 바람에 어머니 소개로 말도 안되는 전산실 근무도 했었죠. 

 

) 저는 영화감독이 되고 싶었거든요. 대학을 갔는데, 학교를 제대로 가진 않았어요. 아무나 영화 하는 게 아니니까 어렵잖아요. 제대로 교육은 안 받고, 하고 싶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는데. 서핑을 하게 되니까 그걸 영상으로 찍고 싶더라구요. 같이 타던 친구들의 모습을 찍고, 캠코더 같은 거 하나 어떻게 구해가지고 그게 나중에 2009년에 조그맣게 작품을 하나 만들었어요.

지금도 한번씩 저희끼리 그 영상을 보는데 그때 출연했던 친구들 다시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세월이 지났으니까. 그 친구들이 다 서핑 관련일 하고 살고 있거든요. 다 대표가 되어 있죠. 장비샵의 대표, 바다 근처에서 서핑에 관련된 장비샵, 보드, 이런 것들 위주로. 호주로 이민을 간 친구도 있고, 커피숍 하는 친구도 있고, 결국 다들 자기가 원하는 그림대로 살고 있더라고요. 조만간 찍으려구요.  

 

 

주위에 친구가 많은 것 같다

 

) 돈복은 없지만 사람복은 많은 거 같아요. 이상하게 어른들이 저를 좋아해주시더라구요. 은행 대출 받을 때도 담당하시던 분이 저희 얘기 들으시고 바로 오케이 해주셨구요. (영화 <원스(once)>의 한 장면이다!) 

일도 사람들과 같이 즐길 수 있는 걸 기획하고 있어요.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건 스텝들의 후원도 있었고, 저희가 매장에 없어도 자기들 것처럼 잘 운영하니까 저희는 아예 금고나 요런 거 보지도 않아요. 다 맡겼죠. 직원들이 저희들보다 더 잘해요.저희는 판매를 잘 못해요. 원래 판매를 하던 사람들이 아니라서. 서핑하세요? 어 그럼 얼마 할인해드릴께요. 이 친구들은 설명부터 조리있게 딱딱딱. 오히려 우리보다 브랜드에 대한 정보도 더 많고, 저희가 직원들한테 물어볼 게 되게 많아요. 저희 지금 여기 뭐가 있는지 잘 몰라요 사실은. 저희는 <비욘드 가라지>에 다 올인을 해서 움직이는 상황이라.

 

) 저희가 잘하고 있는 게 같이 공유할 수 있는 친구들이 같이 일을 하니까 그게 도움이 많이 되죠.

 

) 우리가 하는 스타일은 우리가 다 하는 게 아니라 우리 주변에 있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과 함께 하는 거거든요. 내가 다 못하니까 우리 같이 하자, 이렇게 되는 거예요. 하나하나 뭉치면 큰 그림이 되거든요. 이게 눈앞에 현실화가 됐을 때는 아, 이게 맞네, 수긍할 수밖에 없죠. 서로 계약 관계로 너한테 얼마 줄테니까 이렇게 해, 그럼 너도 이만큼 돈 버니까, 라고 하는 게 아닌 거죠. 우리가 이렇게 계획하는데 너희도 원하는 거 아니었냐고, 우리 혼자 만드는 게 아니고 같이 만들자 해서, 서로간에 이해타산관계가 아니라 같이 뭔가 바라보는 입장에서 이루어가는 관계기 때문에 시너지가 훨씬 크다고 생각하거든요.

직원들도 뽑으려고 뽑은 게 아니라 다 좋아해서 먼저 찾아와준 사람들이예요. 직원 중에 건엽이라는 친구는 어릴 때부터 모자를 너무 좋아하고 만들고는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몰라서 시작을 못했거든요. 그런데 <안티도트>는 거래처도 있고, 매장도 있으니까, 시작이 되는 거예요. 이 친구도 이제는 일주일에 한번씩 쉬는 날 시간내서 서울 가서 자기 모자 제작하고 있어요.

 

 


<비욘드 가라지> 파티의 현장:  아닌게 아니라 열에 여덟은 형, 동생, 오빠하며 인사하는 사람들. 부산에서 논다 하는 사람들은 다 모인 것 같은데, 다 친구란다. 그리고 오늘 이 자리에서도 그 친구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저는 나름 준비하는 말이 있어요. TED강연을 하게 되었거든요. (~!)

막상TED한다고 생각하니 되게 떨려요. 집에서 그러더라구요. “니가 인간이 안됐는데, 남들한테 무슨 얘기를 한다는 기고!” 사실 저도 그런 자리에서 말할 자격이 있는지 되게 의문이거든요. 저희는 성공하지도 않았고, 저희끼리 십몇년을 그냥 이렇게 살아왔으니까, 특출난 사람도 아니고 천재도 아니고 아무 것도 아닌데, 몇 백명이 모인 자리에서 우린 이렇게 살아왔으니 너희도 그렇게 하라고 얘기할 순 없잖아요.

 

저는요. 몸에 문신이 되게 많거든요. 근데 제가 결혼식 같은 데 정장 입고 갈때와 여름에 반바지 입고 다닐때 사람들이 대하는 태도가 달라요. 진짜 외모만 보고 그 사람을 판단하는 세상인 거죠. 다양한 것들에 대해 선입견이 없고, 벽이 없어서 저 사람은 저게 자기 삶의 라이프스타일이고 그래서 존중되어야 하는데 한국은 그게 없잖아요. 그 시선이 너무 차갑더라고요.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많고, 다양한 문화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선입견이 심해서 배척을 많이 하니까 그게 선진국으로 갈 수 없는 제일 큰 문제점인 거 같애요. 그런 시선의 벽을 없애는 노력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지금이야 매장을 몇개 하고, <비욘드 가라지>도 하고, 사람들이 얘들 멋있다, 좋다, 성공했다 하지만, 저희가 아무 것도 없이 바닷가에서 옛날처럼 봉고차에서 자는 모습이었을 때는 정말 차가운 시선들이었거든요. 미친 놈들, 사회 부적응자들, 아웃사이더들, 니게 할 수 있는 게 뭐냐.

 

그런데 한창 서핑한다고 돌아다닐 때 외국에서 만난 어떤 분이 그러셨어요. 그분은 사회적으로도 성공한 중년남성 분이었는데 저에게 “니가 벤츠를 탈 것이다” 그러시더라구요. 제가 한 거라곤 좋아하는 서핑에 미처 그것만 열심히 했을 뿐인데. 아마 그 열정을 되게 좋게 봐주셨던 거 같아요. 그거 때문에 계속 이어오게 된 거죠. 자기와 좀 다르더라도 좀 좋게 봐주는 시선이 필요한 게 아닌가.

책임감도 많이 느껴요. 동생들한테 아, 이 형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대로 살아서 잘 됐구나, 그래야 따라오잖아요. 동생들이, 후발주자들이 저 형이 서핑만 주구장창 탔어도 잘 살더라, 이런 모습이 될 수도 있어야 하잖아요. 방식적으로는 저희 방식대로 계속 하고 싶어요. 타협하고 싶진 않아요.

 

 

TED하면 반응 좋을 거 같다

 

18분 만에 이 얘길 다 해야해요. 아마 덜덜 떨다가 내려올 거 같아요. 마지막에 안티도트쩜씨오쩜케이알도 해야하는데.

 

 

지금까지 잘 오고 있다고 생각하나?


(같이) 너무 힘들어요. 죽을 거 같애요.

 ) 어떻게든 되겠지, 가 지금까지 이어온 거예요. 어떨 때는 둘이서 얘기해요미친 놈들 같다고. 이기 뭐하는 짓이냐고.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 <안티도트>를 하면서 느꼈던 건 주위에 괜찮은 친구들, 어떤 분야에 뛰어난 친구들이 되게 많은데 결국 국영수를 못해서 뒤쳐져있던 친구들이잖아요. 국영수를 못해서 대학도 못가고 부적응자들이 된 거예요. 서핑을 타건 스케이트 보드를 타건 이런 서브컬쳐를 좋아하는, 그 친구들을 모아서 할 수 있는 회사가 되어야겠다. <안티도트>의 의미를 이제서야 다시 생각하게 된 거죠. 해독제가 되어야겠다. 기존의 회사, 조직, 그런 시스템이 아니라 다르게 가야겠다, 생각하는 거죠. 저희는 직원들과도 사장과 직원 관계가 아니예요. 오빠, 동생, . 저희 직원들은 저희를 보며 먼 미래를 보는 것 같아요. 그런 거에 대한 책임감도 강하게 느끼고 있거든요.

 

) 이제는  남들의 기대에 밀려서 가는 것도 없지 않아 있어요. 우리가 계획했던 거보다 훨씬 더 잘해야겠다 그런 느낌 있잖아요. 서핑을 너무 좋아하지만 한여름에는 서핑을 타러 갈 수 없는 지경에 와버렸어요 (ㅠㅠ) 서핑대회가 많이 생겼는데 저희는 탈 수가 없어요. 심판을 봐야 하니까 (ㅠㅠ) 회의감을 한번씩 느껴요. 의미를 찾는 게 달라진 거죠. 단순히 내 개인적인 즐거움을 찾기보다는 이제는 그 즐거움이 다같이 공유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 일에서 즐거움을 찾기 시작하니까 좀 괜찮아졌는데 한번씩 멘붕이 오죠. 너무 떠밀려가고 있는 건 아닌가. 근데 멈출 수가 없어요. 고집스럽게 하고 있어요.

 


<비욘드 가라지> 의 두 주인공:  너도 취하고, 나도 취하고, 그들도 취하고, 카메라 든 손도 취하고. 초점쯤 안맞으면 어때. 설정샷 따윈 필요 없어. 취하지 않는다면 비욘드 가라지가 아니다.



 

막상 인터뷰를 하고 보니 그들은 천상 순둥이. 꿈을 위해 착실히 노력하는, 반듯한 부산 청년들이었다. 가운데 손가락 올리고 거침없이 전진하리라 짐작했는데, 두손 모아 배꼽 위에 차분히 올려놓고 조곤조곤 부산 사투리로 세상에 하고 싶은 말 다 해보라 하니 장장 8시간 30! 아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대놓고 주먹질하고 욕한 것보다 더 우아하게 나긋나긋하게 할 말 다 했던 것이었을 뿐. 각을 함부로 드러내지 않고, 품안에 숨기고 사는 그들은, 진정 부산의 각진 사나이들이었다.



....

다음 각진이 인터뷰 예고 

부산에서 설렘설렘을 안고 돌아온 0팀의 촉에 걸린 다음 각진이는 홍대에 있었으니, 마성의 매력을 음악으로 뿜어내는 19금 목소리의 주인공을 만나러 서교동으로 고고 - 0팀의 각진이 인터뷰는 계속 된다.    


 © 글/사진 TBWA 0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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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진 인터뷰

각진이 1.  김석관 + 서장현 @ 부산 색동길

 

 

 

조용한 주택가 뒷골목이었던 부산 색동길이 감각적인 멋진 가게들로 채워졌다. 변화의 주범은 서핑 용품 편집샵 <안티도트(Antidote)>를 오픈한 청년들. 캘리포니아도 아닌 부산 골목에서 서핑 용품을 판다. 연이어 문을 연 <고사우스(Go South)>도 온전히 서퍼의 꿈으로 완성된 곳. 그것도 모자라 최근에는 부산항 앞 창고 건물을 개조해 새로운 문화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했다

유학파 절대 아님. 부산 사투리 장난 아님. 샵 인테리어 보통 아님. 서핑에 미쳐 제 정신 아님.

한마디로 골때리는 청년들. 그 프로필에 호기심 발동, 부산행 KTX를 탔다.  

 

(featuring; 부산 사투리)

 

2부

 

 

서핑한다고 해서 재벌 2세인 줄 알았다 

 

) 그런 오해들을 많이 하시는데, 부산의 할렘가 출신이예요.

 

 

서핑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 산동네에 살아서 바다도 일년에 몇번 안가봤지만, 막연히 바다를 동경하다가 우연히 영화를 보고 서핑을 알게 됐죠. 다음에 있던 카페, ‘서퍼스 파라다이스’에도 가입했어요. 3번째 회원이었나.  “운영자님, 서핑이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하나요?” 글도 올리고 운영자도 만나게 됐죠. 호주에 여행 갔다가 한번 체험하고 온, 부산 사는 동생이었어요. 만나서 서핑을 했다기 보다는, 둘이서 상상을 하기 시작하는 거죠. (상상 담당이라더니 이때부터 상상을 잘하게 되었나보다)


그러다 우연찮게 카페에 사람들이 늘기 시작하고, 미국에서 서핑 하던 유학생 형들을 만나고, 그 형의 보드를 중고로 샀어요. 서핑 보드란 걸 직접 보게 되고, 바다에 들어가게 된 거죠. 친구 허석환과 셋이서 보드 하나 가지고 타고 기다렸다가 또 타고. 제대로 배울 데도 없고, 지금처럼 동영상 자료도 거의 없으니까, 글로 배웠어요. 탈 줄은 모르고, 바다에서 세명이 둥둥 떠있었어요. 그게 저희한테 서핑이었죠. 마침 거기 세일링 클럽이라는 게 있어서 윈드서핑하는 누나가 웻수트라는 것도 빌려주고 그 누나도 같이 하고 있으니 좋아하는 사람들이 또 모이는 거죠. 잘하는 사람들이 노하우를 가르쳐주고, 밀어주기도 하고, 그게 지금까지 오게 된 거죠.

 

마침 나타난 허석환: 이로써 초등학교 3인방이 다 모였다. 시크하고 차가운 걸 컨셉으로 하고 있다는 허석환은 신혼여행 후 어젯밤 하와이에서 새카맣게 타서 돌아오는 길이라고 했다. 마침 엄청 큰 서핑대회도 있고 해서 겸사겸사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건 거라고. (아무래도 서핑대회가 주 목적이었던 듯) 매장 진열 용도로 모래를 가지고 오라고 해서 불법임에도 들고 왔다며 생색을 낸다. 모래 출처 아무도 모를 텐데. 툴툴거리면서도 뿌듯해하는 본새가 영락없는 소년이다.

 

 

 

지금까지 쭈욱 서핑을 해 온 건가?

 

) 이 친구(서장현)는 그 길을 계속 걸어왔던 거고, (김석관)는 중간에 너무 힘들어가지고 먹고 사는 길로 갔죠. 같은 장남인데 반대예요. 이 친구는 자기 삶에 대한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하더라구요. 저는 식구들을 더 생각해서 현실에 타협을 한 거죠. 그런데 이 친구의 삶이 저한테는 간접적으로 좋았어요. 제가 욕구 불만일 때 한번씩 만나서 얘기 들어보면 멋지게 산다는 생각도 들었거든요. 겉모습은 찌질하고 거지 같지만, 얘 고시원에 산 적도 있었거든요.

 

 

서핑 때문에 가출을?

 

) 서핑을 하려니까, 원래 살던 산동네 집에서는 바다까지 너무 멀잖아요. 부산도 꽤 크기 때문에 (웃음) 버스로 한 2시간 가야되거든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집을 나왔어요. 해운대는 비싸잖아요. 고시원에도 살다가, 재개발하는 무너지기 직전의 친구집에도 살다가, 봉고차를 하나 사서 개조해 가지고 바닷가에 세워놓고, 좋게 말하면 히피처럼, 거의 10년을 그렇게 살았어요.

 




뭐 대충 이런 모습?

 

 

 

) 나이도 있는데 직장은 없고, 한번씩 부산 내려오면 호프집에 아르바이트 하고 있고, 어떨 땐 발리 가 있고, 어떨 때는 홍대 와가지고 구제 판다고. 

 

) 취미생활인데 너무 꽂혀가지고 유지를 하려니 돈이 필요하고 집에서는 돈 나올 곳이 없으니까.

아르바이트 계속 하고 돈 생기면 바로 떠나고. 도피하고 싶은 것도 있었죠. 여기서는 혼란이 많잖아요. 경제적인 거나 주위의 시선이나 혼자 스트레스 받으면서 이겨내야한다는 생각을 계속 해야하니까. 외국에 있으면 아는 사람도 없고, 이렇게 살든 저렇게 살든 상관 없으니까 좋아하는 것만 하는 게 마음이 편해서 버릇처럼 계속 그렇게 되드라구요. 20대를 그렇게 보냈어요.

 

 

태풍 다나스가 온 다음날 아침, 파도 타러 갔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대체 서핑의 매력은?

 

) 우리가 처음 탔을 때는 일어서는 것도 힘들었고, 타봐야 1~2초 살짝 가다가 넘어지거나. 파도도 우리나라는 외국처럼 많이 오지도 않고 컨디션도 안좋고 힘도 없고. 억지로 파도 스피드 잡아서 일어서야 하는 건데 그 몇초도 안되는 그거 때문에 새벽에 일기예보 파도 차트 체크해서 친구들 약속 잡아서 장비 챙겨서 바다까지 갈 때 두근거림 있잖아요.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파도. 바다에 떠가지고 애들끼리 도란도란 얘기도 하고, 파도 하나도 못타도 거기서 애들끼리 이런 저런 얘기도 하고. 그런 분위기가 너무 좋았던 거죠. 그게 매력이죠. 

 

) 저희는 서핑이 파도를 타는 스포츠라고는 생각을 안하거든요. 전날부터 내일은 파도가 있을 꺼야, 소풍가기 전날처럼 이것저것 챙기는 일련의 모든 과정이 다 서핑이 아닐까. 그게 즐거운 거였고

사실 한국에서는 서핑하는 환경이 좋지는 않아요. 정말 쾌감을 느낄 정도로 큰 파도를 타고 내려가는 것도 잘 없는데. 부산이 주는 바다가 있는 광경, 서핑을 타기 위해 가는 일련의 과정, 그 모든 것이 좋았던 거 같애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계기가 또 서핑이었고. 

 

) 소통의 장이죠. 서핑을 통해 알게 되는 사람들이 말도 안되는 직업을 가진 분들도 되게 많고요. 

저는 현실에 안주해서 좀 떨어져 있었잖아요. 둘이 비교를 해서 보니까 이 사람은 많은 사람은 알게 된 거고 저는 이 친구보다는 돈을 좀 더 벌었죠. 우리 둘이 합쳐지면서 조그마한 매장이 하나 생기게 되었고

(이건 운명이야) 매장을 냈다는 소문에 장현이가 알던 사람들이 모이고, 그 사람들의 힘을 받아서 1년 만에 홍대 매장을 내고 또 힘을 받아서 1년 만에 <고사우스> 낸 거예요. 1년 뒤에 <비욘드 가라지>가 생긴 거고. 매년 하나씩 늘었어요. 남들이 보기에는 어마어마하게 성공했다 생각할 수도 있죠. 근데 어마어마한 빚을 졌죠 (웃음)

 


가족들의 반응은?

 

) 가족들은 뭘 하는지도 몰라요. <비욘드 가라지> 공사할 때도. 새벽같이 나가서 맨날 더러워져서 들어오니까 의심은 하겠죠. 사실 말도 안해요. 약해질 거 같거든요. 하는 것도 제대로 안되고 있으면서 뭘 또 새로운 걸 벌이냐고, 돈도 안 될 거 같은데 왜 계속 그렇게 무리해서 하느냐고 듣기 시작하면 저희가 약해질 거 같아서 일단 저질러놓고 뒤에 수습하는 거죠.

 

 

지금은 가족들도 좀 자랑스러워하지 않나?

 

(같이) 절대 그런 거 없어요. 뭐하는 짓이냐고 그래요. 

) 어머니나 동생들은 아예 이 문화를 몰라요. 서핑이 뭔지, 캠핑이 뭔지, 보드가 뭔지. 뭐 하는 건데 이렇게 비싸냐고. 바로 길만 건너도 5천원 짜리 티셔츠가 천지 삐까리로 널렸는데. 이기 뭔데 이래 비싸냐. 얘기를 하면 5분 이상 대화가 안되요.

 


 

- 3부에 계속

 

© 글/사진 TBWA 0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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