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진 인터뷰

각진이 1.  김석관 + 서장현 @ 부산 색동길

 

 

 

조용한 주택가 뒷골목이었던 부산 색동길이 감각적인 멋진 가게들로 채워졌다. 변화의 주범은 서핑 용품 편집샵 <안티도트(Antidote)>를 오픈한 청년들. 캘리포니아도 아닌 부산 골목에서 서핑 용품을 판다. 연이어 문을 연 <고사우스(Go South)>도 온전히 서퍼의 꿈으로 완성된 곳. 그것도 모자라 최근에는 부산항 앞 창고 건물을 개조해 새로운 문화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했다

유학파 절대 아님. 부산 사투리 장난 아님. 샵 인테리어 보통 아님. 서핑에 미쳐 제 정신 아님.

한마디로 골때리는 청년들. 그 프로필에 호기심 발동, 부산행 KTX를 탔다.  

 

(featuring; 부산 사투리)

 

1

 

 

뉘신지


서장현) 디렉터로 활동하며 말도 안되는 상상을 주로 도맡아 하는 <안티도트>의 대표입니다.

김석관) 서장현 대표의 상상력을 현실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 <안티도트>의 공동대표입니다.

(이하 서장현 = , 김석관 = )

 

안티도트 요점 정리: 어릴 적부터 단짝이었던 김석관, 서장현, 허석환이 2007년 봄 그들이 죽고 못사는 서핑 관련 용품을 판매하고, 서퍼들을 위한 문화공간을 만들고자 오픈한 샵. 자매샵, <고사우스>도 있다.

 

 

 <안티도트>,  <고사우스>인가    


) 그냥 사업을 해야겠다 생각을 했거든요. 사업자등록을 하려고보니 이름이 필요하더라고요.

아는 동생이 ‘안티도트’ 어떻냐고 해서, 그래 뭐 그걸로 하자, 그렇게 된 거죠.

) 처음엔 말 많았어요. 특히 근처 식당에 밥 시켜 먹으면 아줌마들이 발음하는 걸 너무 힘들어하는 거예요. 안티-노트? 안티-도태? 도태되지 말자 뭐 이런 거?

여기서 서울에 있는 괜찮은 아티스트 다 불러가지고 우리끼리 파티도 종종 했었어요. 부산, 남쪽이니까 ‘Go South’라는 이름으로. 친구들이 그걸 기억해주고 좋아해줘서 새로 여는 샵이 <고사우스>가 된 거죠.

 


샵의 컬렉션이 예사롭지 않다. 남다른 감각이 있는 것 같다 


그 얘길 진짜 많이 듣는데요. (웃음) 서핑하러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막 찍다보니까, 그걸 모아서 아이디어를 짜고, 즉흥적으로 만드는데, 이 공간이 어떨 땐 이렇게 해보니까 되게 예쁜 거 같고, 그때그때 해보는 거죠. 사실 모방이죠. 다니면서 본 걸 이렇게 하면 되겠다 해서 한 걸 사람들이 인정해준 거죠. 저희가 감각이 있다기보다는 남들보다 더 많이 본 거겠죠. 

 


어디 가게 구경 한번 해봅시다:  의자 하나, 소품 하나, 뭐 하나 범상한 것들이 없다     

 

 

많이 본다고 다 잘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 모방이긴 한데, 모두가 동경하는 것 중에 하나잖아요. 자연스러운 것들. 기존에 있던 우리 나라 샵의 색깔이 아니니까 좋은 색안경을 끼고 봐주는 거 같아요.


이런 테이블도 시장에 가면 다 있어요저희가 갖다 놓아서 여기에 뭔가 의미가 부여되더라구요. 정말 그걸 좋아하는 사람들같은 걸 느끼는 사람이라면 저희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겠죠. 같은 걸 똑같이 보더라도 진짜 좋아해서 보는 사람들은 뇌에 더 오래 남는 거 같아요. 


몇년 전 뉴욕 출장 갔을 때, <세러데이즈 서프 (Saturdays Surf NYC) >라고 저희랑 비슷한 샵을 갔어요. 맨하튼 한복판에. 바다랑 상관 없는 도시에 서핑샵이 있었는데. 블로그를 통해 보다가 직접 가서 보니까 너무 놀라운 거예요. 저희가 쓰고 있는 옷걸이부터 똑같은 게 너무 많은 거예요. 판매하고 있는 상품 브랜드도 저희랑 똑같고. 안에 있는 소품까지. 심지어 저희가 한번씩 바베큐 해먹는 그릴까지 똑같더라고요. 짠 것도 아닌데. 저희보다 1년 늦게 시작한 곳인데. 뉴욕에서 저희를 보고 따라했을 리는 없고. 서로 자기가 따라했다고 생각하겠죠. 어쩌면 좋아하는 게 같은 사람은 생각도 비슷하지 않나. 그렇게 통하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걸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나오는 거라고 얘기해야할 것 같아요. 

 


이 셔츠를 보라! 가슴팍에 새겨져 있는 BUSANFONIA(부산포니아). 등판에 있는 암호 같은 숫자는 다름 아닌 부산의 위도와 경도.

 

 

부산을 사랑하는 마음이 남다른 것 같다

 

부산에 대한 애착이 있다기보다는 좋아하는 게 서핑이고, 바다 관련된 것들을 상품군으로 구성해가고 있었는데, 그러면서 외국으로 출장도 다니기 시작하고, 인테리어 보면 외국에서 가져온 기념품도 되게 많거든요. 우리는 그 동네를 가면 하다못해 엽서라도 사들고 오는데, 과연 우리는 부산에서 남들이 왔을 때 가져갈 수 있는 걸 팔고 있느냐.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죠.

관광책자에 나오는 것들. 우리가 볼 땐 너무 멋이 없는 거예요. 옛날부터 나오던 횟집, 광안대교, 해운대, 자갈치 시장. 이런 거 모르는 사람 없잖아요. 사람들이 부산에 올 때 꼭 회를 먹기 위해 오거나 광안대교를 보기 위해 오는 건 아니잖아요. 부산이 주는 새로운 다른 느낌을 받고 싶어 오는 게 분명한데 그걸 충족해주는 것들이 없으니까 그때부터 부산의 다른 색깔을 끄집어 내야겠다. 말로 하니까 거창한데. 따뜻하고 바다가 있는 부산. 어릴 때부터 동경하던 캘리포니아. 부산하고 캘리포니아를 섞어서 장난처럼 ‘부산포니아’라는 말을 했거든요. 반응이 생각보다 좋더라구요. 그때부터 공식적으로 막 쓰기 시작한 거죠. 저희 제품에도 넣기 시작하고. 재미있다, 신선하다. 좋은 시선으로 봐주시더라구요. 더 불 붙은 거죠.

 


부산만의 멋과 매력은? 

 

저희도 찾고 있는 중이거든요. 그러려면 부산을 잘 알아야하잖아요. 저희는 부산을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고요.먹으러나 다니고 놀러나 다녔지. 부산에 대한 역사조차 정말 아무것도 모르더라구요. 그때부터 역사적인 것들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거든요. 부산하면 부산항, 부산항 근처를 걸어다니기도 하고, 그 와중에 창고를 하나 보게 된 거죠. 저희가 지식이 없지만, 딱 봐도 시간을 많이 먹은, 뭔가 스토리텔링이 될 만한 건물이라는 느낌이 오더라고요. 벽돌을 봐도. , 이거다 싶어가지고 그때부터 <안티도트>의 해드쿼터를 만들자, <비욘드 가라지> 작업을 한거죠.


저희들만의 문화공간이라고 얘기하는데, 그냥 저희들 놀이터예요. 놀이터 겸 일터죠.

부산항 바로 앞에 있잖아요. 부산항이 주는 느낌을 제일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 여기가 아닐까. 애착을 갖게 된 거고. 저희 주위에 힙합 하는 친구들, 스케이트 보드 타는 친구들, 서핑하는 친구들, 부산에서 노는 친구들이 그런 옛날 공간에서 부산을 더 느끼면서 그 안에서 놀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랬거든요. 여기서 놀면서 이게 진짜 부산이다, 는 느낌을 받아야하잖아요. 다른 데서 온 친구들도. 거기서는 뭐든지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공연도 하고, 마켓도 하고, 음식도 만들어 팔 수도 있고, 부산의 모습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공간이길 바라는 거죠.

 

 


이곳이 바로 문제의 창고: 원래 쌀 창고, 최근까지는 종이 창고였던 건물이었단다. 너무 오래된 건물의 창틀 하나 하나, 문짝 하나 하나 욕심껏 다듬고 고치다 보니, 건물 새로 짓는 것보다 비용이 더 들어가고 있다고. 말 그대로 “Beyond garage”.   

 

 

창고와 사랑에 빠지시고 창고를 놀이터로 만들어온 역사는?


1년 됐어요.

 

 

<비욘드 가라지>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어떠한가?

 

쉽지는 않죠. 구청이나 시와 부딪히는 행정적인 문제도 되게 많아요. 운영을 하려면 술도 팔아야하는데요. 어른들이 보시기에는 저게 애들이 와서 술 먹고 흥청망청 노는 공간이지 뭐 문화를 담은 거냐. 아직 차가운 시선들이 많기 때문에 그걸 넘어설 수 있는 활동들을 많이 해야죠. 성공적인 사례들이 많이 받쳐줬을 때 세상에 더 알려야하는데 아직까지는 말 그대로 하위 문화로 밖에 안되니까 그게 너무 안타까워요.


블로거들이 세상에 소개도 많이 해주는데, 저희는 막상 소개를 많이 안하거든요. 저희는 사실 좀 움츠려있어요. 활동은 많이 하고 있는데, 100% 다 공개해서 알릴 수가 없는 게, 저게 창고고, 애들이 모여서 담배도 피고, 술도 마시고, 어떻게 보면 불법인 부분도 있거든요. 시끄러울 수도 있고, 고성방가 때문에 경찰이 올 때도 있고. 그것 때문에 저희는 사실 조심스럽게 가고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다들 생각해주시는 게 달라지지 않을까 기대를 하는 거죠. 어른들도 기성세대들도.

 

그나마 다행인 게 저희가 하고 있는 이런 활동들에 세상이 조금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고 있더라구요. 우리가 틀린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 아니구나, 정답은 아니겠지만, 뭐가 정답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틀리게 가고 있는 건 아니구나. 이런 생각들이 드는 거죠.  

 

서핑 때문에 바다를 좋아하게 됐고, 부산을 더 사랑하게 됐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꼭 서핑이 아니더라도 젊은 친구들, 우리 또래의 친구들, 우리보다 어린 친구들, 우리 아기들이 컸을 때 느끼는 부산에 대한 자부심, 부산에서 살아야하는 이유, 부산이 주는 영감들이, 지금은 너무 없어서 우리가 새로 재부팅시키고 있는 중이라고 보면 되요. 

 

 

가장 큰 난관은?

 

) 돈이 제일 크죠. 수익 사업이 제대로 돌아가야 하는 건데 그게 안 될 때도 분명히 있는 거고. 항상 막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억지로 쥐어짜내고 빚을 만들어가면서 하는 이유는 친구들이 되게 좋아해주는 그거 때문에. 저희 인터뷰 하러 오셨잖아요. 이게 도움이 많이 되는 거 같아요

(~, 다행이다)



- 2부에 계속 

 

 © 글/사진 TBWA 0팀


 

 

'각진 인터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각진이 3. 주다살롱 1부  (0) 2014.04.08
각진이 2. 음란소년 2부  (0) 2014.03.12
각진이 2. 음란소년 1부  (0) 2014.03.10
각진이 1. 김석관 + 서장현 3부  (0) 2014.02.10
각진이 1. 김석관 + 서장현 2부  (0) 2014.02.10
Posted by 0team
:

<누구냐 넌> 설문 결과 3부!



이번에는 광고회사 TBWA(이하 뜨브와)와 건설회사 이테크의 데이터를 심층 비교한다.  


J타워를 나서는 순간,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전단지의 홍수. 받을 것인가? 피할 것인가? 0팀이 물었다. 

길거리에서 배포하는 전단지, 당신의 반응은?


뜨브와인의 59%는 웬만하면 받는다고 했고, 이테크는 55%가 손을 숨기거나 고개를 돌려 지나친다라고 서로 상반된 결과를 보였다. 의외로 잘 받는 뜨브와인들. 혹시나, 어쩌면, 우리가 만든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인 걸까? 아아 뭔가, 이 애틋함은.


뜨브와와 이테크의 상반된 결과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영화가 끝났어요. 당신은?


뜨브와인들은 71%가 엔딩크레딧까지 봐주는 게 예의라고 답했으며, 


이테크는 빨리 나가야 엘리베이터 빨리 탄다라고 49%가 답했다. 뜨브와에서도 유일하게 60%나 빨리 나가야 엘리베이터 빨리 탄다라고 답변한 부서가 있었는데, 바로 경영지원본부. 돈 관리하는 분들의 놀라운‘시테크’정신이 아닐 수 없다. 


영화 관련해서 또 물었다.

우연히 재밌는 영화를 봤어요. 당신은?


영화를 본 뒤 뜨브와인의 70%가 감독, 배우, 촬영 뒷이야기 다 뒤져보는 편이라고 답했다. 반면 이테크는 63%가 재미있게 봤으면 됐다라고 상반된 결과를 보였다. 


식당에서 무심코 내뱉은 말에도 당신은 드러난다. 예리한 시선으로 그 차이를 집어내 질문을 던졌다.  


식당에서 점원을 부를 때, 당신은?

이 질문에 뜨브와와 이테크는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이테크 안에서도 영업부서는 많이 달랐다. 뜨브와인의 77%는 “여기요”라고 답했고, 이테크 영업 부서는 75%가 “저기요”라고 답했다. 영업 부서답게 항상 고객을 중심으로 하는 태도가 몸에 배인 듯. 


마지막 분석 데이터다.

선물 포장하는데 돈을 내래요. 당신이라면? 



이테크 남녀 모두 돈이 들더라도 예쁘게 포장한다 라는 답을 더 많이 선택했다. 거친 건설 현장의 산업 역군도 연인 앞에선 한없이 달콤한 로맨티스트가 되나보다. 



이 포스트를 보고, 우리 회사도 설문에 참여해보면 좋겠단 생각이 든다면 언제든 블로그를 통해 문의 주시라. 설문지 공유는 물론, 치밀한 분석은 덤으로 해드리겠다! 



'누구냐 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누구냐 넌> 설문 프로젝트 2부  (0) 2014.02.10
<누구냐 넌> 설문 프로젝트 1부  (1) 2014.02.10
Posted by 0team
:

<누구냐 넌> 설문 결과 2부!


뜨브와에게 물었다. 광고인이라면 독서는 빼놓을 수 없는 취미. 뜨브와인들의 독서습관은 어떨까?

당신의 독서 습관은?


뜨브와인의 69%가 책장을 접지도, 구기지도 않고 깨끗하게 보는 편이라고 답했고, 31%가 접고, 줄 긋고, 메모하고, 가열차게 본다고 답했다. 얼마 전 뉴스를 보니 성인의 월평균 독서량이 일본 6.1권, 중국 2.1권인데 한국은 0.8권이라고 하더라. 한달에 한권도 읽지 않는다니. 깨끗하게 보든, 가열차게 보든, 상관없으니 2014년 올해 TBWA 자료실은 뜨브와인의 열혈 독서 열기로 붐비길 기대해본다.


다음 질문이다. 집도 누추하고 차도 없는 마당에 목돈이 생겼어요. 당신의 선택은? 


광고인이라면 멋지게 외제차 한 대 뽑아서 폼 좀 잡아야 할 것 같은데. 그건 다 옛말인가 보다. 뜨브와인들의 무려 89%가 목돈이 생겼을 경우 좋은 집으로 가자라고 선택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아니라, 내 집 마련. 이상은 타워팰리스, 현실은 전세대출이다. 하지만! 뜨브와인들 중에 다른 선택을 한 남자들이 있다.


바로 미디어본부 남자와 Being 남자들. 좋은 차부터 사자를 더 많이 선택했다. 아마도, 집보다는 여자친구가 더 급한 듯 보인다. 


여행 관련 질문이다. 여행 중 받은 영수증, 지도, 팜플릿 어떻게 하나요?


뜨브와인의 61%가 여행 중 추억될 만한 것들은 모조리 다 챙긴다고 답했다. 


재미있는 건 경영지원본부가 남녀 모두 가볍게 돌아온다를 많이 선택했단 사실. 업무 특성상 많은 증빙서류와 영수증을 챙기는 게 일상이기에, 여행지에서만큼은 영수증과 작별하고 싶었던 심리가 읽힌다. 


다음은 사생활에 대한 질문이다. 내 빗 어떤가요? (빚 아님) 


뜨브와 남자 70%가 공유할 수 있다라고 답했으며, 여자는 47%만이 공유할 수 있다고 답했다. 군대를 안 가서 좀 더 깔끔한 게 아닐까 싶다.  



다음 포스트에선 TBWA의 이웃, ‘이테크 건설’의 데이터도 함께 분석해보겠다. 

커밍 순 - 


'누구냐 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누구냐 넌> 설문 프로젝트 3부  (1) 2014.02.10
<누구냐 넌> 설문 프로젝트 1부  (1) 2014.02.10
Posted by 0tea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