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진이 4. 테이크아웃드로잉 1부
각진 인터뷰 2015. 3. 11. 14:49 |각진 인터뷰
각진이4. 테이크아웃드로잉 최소연 디렉터 @서울 이태원
하루에도 몇 번씩 우리는 커피와 차를 테이크아웃 한다. 이제는 너무나 흔해진 일상 속의 단어, ‘테이크아웃’. 그런데 만약 우연히 들른 카페에서 누군가의 생각을 테이크아웃 할 수 있다면? 동시대의 예술을 테이크아웃 할 수 있다면? 이런 기발한 발상으로 서울 한복판에서 8년째 드로잉(drawing)을 전파하고 있는 곳이 있다.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처음 온 사람들은 기필코 반하게 되고 만다는 그곳, <테이크아웃드로잉(Takeout Drawing)>. 테이크아웃드로잉 최소연 디렉터를 만나기 위해 이태원으로 향했다.
[이 인터뷰는 2014년 5월 14일 수요일 테이크아웃드로잉에서 진행되었습니다]
1부
테이크아웃드로잉이란?
커피, 차, 드로잉을 ‘테이크아웃’ 할 수 있는 미술전시관 겸 카페. 2006년, 외부의 지원 없이 문화공간을 그 자체로 ‘자가발전’ 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새로운 방식의 브랜드다. ‘테이크아웃드로잉 한남동’점과 ‘테이크아웃드로잉 이태원동’점이 있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테이크아웃드로잉의 디렉터 최소연입니다. 테이크아웃드로잉에는 여러 명의 스태프들이 있는데, 저는 기획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름이 왜 ‘테이크아웃드로잉’인가?
‘드로잉’은 생각의 초안을 그리거나 쓰는 행위를 말하잖아요. 물리적으로 음료를 테이크아웃 한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아직은 완성되지 않은 개념 같은 것들도 공유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아직 물리적으로 표현하기 이전의 단계에 관심을 갖고, 그것을 공유하자는 취지로 ‘테이크아웃드로잉’이라고 이름 붙였어요.
미술전시관 겸 카페라는 독특한 컨셉의 공간을 한국에 처음 열었다. 혹시 롤 모델이 있었나?
롤 모델은 오히려 없었다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사회에 있는 어떤 결핍, 문화적 공간의 결핍이나 개념의 결핍 때문에 이런 공간이 생겨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고, 굳이 거창한 문화운동이나 캠페인이 아니어도, 저희 같은 일상적 공간을 통해 문화에 어떤 흐름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이 공간을 예술가에게 작업실로 제공해보자’가 된 거죠.
카페를 예술가에게 작업실로 제공한다고 했다. 그 작가 선정기준은 뭔가?
음… 우주의 기운? (웃음) –농담인 줄 알았는데 농담이 아니었다. 사뭇 진지했다. 그녀가 생각하는 ‘우주의 기운’ 이론은 계속되니 지켜보시길- 예술가들을 초대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상황’인 것 같아요. 현재 제가 위치한 곳이 2014년 서울 이태원이라면 이런 시간과 공간에 우주의 기운을 빌려서 어떤 사람을 소개할지에 관심이 있어요. 또 초대자가 저희와 물리적으로 동거를 하는 거니까 상상을 해봐요. “이 작가와 두 달간 살 수 있을까?” “살고 싶나?” 작업세계에 궁금증이 드는 작가 혹은 작업과정에 참여했을 때 기획자로서의 역할이 있을 수 있겠다 싶은 작가를 선정하죠.
잠깐, 방금 예술가들과 두 달간 산다고 했나?
예술가들에게 두 달간 카페를 작업실로 마음껏 쓸 수 있도록 제공하기 때문에 사실상 두 달간 함께 사는 거나 다름 없는 거죠. 그래서 이름도 <카페 레지던시>라고 했고요. 1년 정도 미리 기획을 해서 매해 봄쯤 예고탄 신문이 나가요. 올해는 어떤 작가분들을 초대할지 공개하고, 저희 공간에 와서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어떤 기대를 갖고 오시는지를 인터뷰해서 관객이 미리 알 수 있게 하죠. 이 신문이 <드로잉 신문>인데요. 사실 작가의 존재는 일반인들에게 거리감이 있잖아요. 직접 가서 “이거 뭐예요?”라고 물어보기엔 어렵고 낯서니 미리 인터뷰한 내용과 작가의 얼굴을 공개하는 거예요. 실물을 자꾸 공개하는 건, 이 공간 안에서 익숙해지게 하기 위해서예요. 저 테이블에서 만난 저 사람이 신문에 나온 그 사람이라고 자꾸 링크를 거는 거죠. 얘기를 걸어도 되는 사람이라고.
<카페 레지던시 Cafe Residency>
카페를 예술가의 창작공간으로 두 달 동안 제공하는 프로그램. 카페라는 공적 공간을 매개로 창작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카페 레지던시는 자연스레 대중에게 창작의 과정을 소개하여 결과 중심이 아닌 과정을 통한 창작행위에 주목한다.
작가 입주 전에 <아트테이블>이란 걸 하는데, 입주신고식 같은 거? 앞으로 함께 하게 될 작가의 얘기를 들어보고, 직접 질문해보는 거죠. 내부 공동체에서 질문이 생산된다는 건 굉장한 에너지예요. 방문자를 그냥 맞아서 “당신은 작업하세요, 저희는 커피 팔게요”가 아니라, 커피를 팔 때 머릿속에 같은 질문, 예를 들면 “건축감각이 뭘까?” 같은 질문을 하는 거죠. 작가가 체류해 계셔도 관객과 직접 대면하는 건 저희 스태프들이잖아요. 그러니까 이해를 하고 관객을 대하는 거죠.
또 <A노트>라고 해서 작가분들은 체류하시는 동안 모두 일지를 쓰세요. 방식은 본인이 선택하게 해요. 그냥 사진 찍고 날짜를 적어 공개하는 분도 있고, 어떤 분은 작가노트를 쓰기도 하고요. 작가가 오늘 고민하고 생각한 것들, 작품 준비의 체크리스트 같은 것들이 공개되는 거죠. 지금 1층에도 전시되어 있어요.
작가들의 애장 도서와 음악 목록 같은 것도 전시해요. 그걸 저희들 언어로는 <키오스크>라고 하는데요. 아까 말한 우주의 기운을 빌려오되, 생명이 있는 우주라고 생각해보는 거죠. 그럼 그 우주의 기운인 작가는 어떤 음악을 들을까, 평상 시에 어떤 책을 보고, 일상 속에선 어떤 공간들을 다닐까가 궁금해지잖아요. 그렇게 ‘사람’으로 이해하면, 작가가 어떤 난해한 주제에 몰입해 계셔도 약간 알 것 같거든요. 그리고 뭐, 다 몰라도 괜찮아요. 일단 그 사람이 매력적이니까 (웃음)
<키오스크 A’ Kiosk>
동시대 문화예술인의 일상 속 책, 음악, 영화 등의 목록을 통해 그들의 생각을 교감하는 ‘예술가의 서재’를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 책, 음반뿐 아니라 삶의 얼룩이 담긴 사물들을 모아 소개한다.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는 ‘우주의 기운’. 꽤 낯선 말인데?
저희 프로세스가 복잡하다면 복잡할 수 있지만, 사실은 그냥 섬세하고 복잡한 우주의 기운에 의해서 흘러갈 뿐이에요. 그 경험을 가장 치열하게 하는 분들은 여행자로 오는 예술가들이시고요. 테이크아웃드로잉은 어찌 보면 굉장히 미완성인 공간이죠. 이렇게 공사 하다만 듯한 인테리어로 과감하게 끝낸 이유도 이 공간에 에너지를 채우는 건 방문자가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서예요. 처음부터 컨셉이 테이크아웃드로잉이 브랜드가 되고 유명해지는 게 아니었어요. 저흰 항상 한 걸음 뒤에 서있고, 예술가를 전면에 내세우는 거죠. 그래서 에피소드도 많아요. 디자인 잡지 <GRAPHIC> 편집장인 김광철 작가가 레지던시를 할 땐 “테이크아웃드로잉 주인이 바뀌었대!”, “그래픽 편집장이 테이크아웃드로잉 먹었대!” 그렇게 소문이 났어요. (웃음) 근데 저흰 이런 게 재밌어요. 그만큼 뒤에서 작가를 묵묵히 서포트하고 있다는 증거니까. 편집장의 인터뷰 테이블과 에디터들의 동선이 관객에게 노출되고, 잡지사가 잠깐 이사온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뿐인데, 공간에 엄청난 변화가 생겨요. 테이크아웃드로잉은 그런 변화의 에너지를 동력으로 하는 곳이거든요.
2부에 계속
© 글/사진 TBWA 0팀
'각진 인터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각진이 4. 테이크아웃드로잉 3부 (0) | 2015.03.11 |
---|---|
각진이 4. 테이크아웃드로잉 2부 (0) | 2015.03.11 |
각진이 3. 주다살롱 2부 (0) | 2014.04.08 |
각진이 3. 주다살롱 1부 (0) | 2014.04.08 |
각진이 2. 음란소년 2부 (0) | 2014.03.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