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진이4. 테이크아웃드로잉 최소연 디렉터 @서울 이태원

 

 

하루에도 몇 번씩 우리는 커피와 차를 테이크아웃 한다. 이제는 너무나 흔해진 일상 속의 단어, ‘테이크아웃’. 그런데 만약 우연히 들른 카페에서 누군가의 생각을 테이크아웃 할 수 있다면? 동시대의 예술을 테이크아웃 할 수 있다면? 이런 기발한 발상으로 서울 한복판에서 8년째 드로잉(drawing)을 전파하고 있는 곳이 있다.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처음 온 사람들은 기필코 반하게 되고 만다는 그곳, <테이크아웃드로잉(Takeout Drawing)>. 테이크아웃드로잉 최소연 디렉터를 만나기 위해 이태원으로 향했다. 


[이 인터뷰는 2014 5 14일 수요일 테이크아웃드로잉에서 진행되었습니다]



 

 

4부


‘동네’라는 단어를 꽤 여러 번 이야기 했다. 

왜 여행을 하다 보면 관광지가 아니라 골목 속을 다니고 싶잖아요. 한국의 문화유산 중에 가장 훌륭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동네’에요. 동네에는 엄청난 문화 자원이 있을 뿐 아니라, 거기서 살아온 저희의 기억이 있잖아요. 테이크아웃드로잉을 운영하면서부턴 저희의 삶이 완전히 바뀌더라고요. 그전엔 동네에 누가 사시는지도 모르고, 그분들도 저희가 뭘 하는지 몰랐는데 이런 다목적 문화공간으로 오픈을 하고 나니까 지역에서 문화예술을 알만한 분들이 “나 니네 뭔지 알 것 같애” 하고 쫙 모이신 거죠. 자꾸 들리셔서 이 동네에 누가 들어올 거래, 뭐가 들어올 거래, 그런 새로운 소식들을 물어다 주시기도 하고요. 네트웍이 스물스물 열리기 시작하는 거예요. 굉장히 이상한 경험이었어요. 그러면서 별별 전시를 다 했죠. 


동네와 관련된 전시도 있었나?

<이웃의 미학>이라는 프로젝트에서 전보경 작가는 이 동네의 20개 상점을 다 인터뷰하고 다녔어요. 그리고 그 가게들에 자기 작품을 하나씩 물물교환했어요. 그러니까 전시할 때 그 상점분들이 다 테이크아웃드로잉에 보러 오시더라고요. 또 전 계속 여기 사니까 전시 후에도 그 가게들에 계속 가면서 “어, 작품에 먼지 탔어요~”하고 관리도 하게 되고요. 예술이 뭐 다른 차원에 있는 게 아니라 일상 속에 있는 거죠. 

또 <사소한 조정/ 유령>이란 전시에서는 ‘고스트 투어’라고 해서 이태원을 돌며 미군들이 사건을 일으킨 장소를 방문하러 다니는 것도 했어요. 런던에서 한 작가를 초빙해서 한국작가가 협업했는데 이방인이의 시선이 같이 한 거죠. 그런 주제는 재미있고 열광할 수 밖에 없는 거 같아요. 그렇게 한 전시, 한 전시, 그 주제가 저희 삶에 미치는 영향이 되게 크다는 걸 제가 삶 속에서 경험하는 공간이 테이크아웃드로잉인 거 같아요. 그러니까 이 예술이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삶에 착착 밀착이 되니까. 도시는 누군가 뚝딱 만드는 게 아니니까 우리들이 참여할 수 있으면 좋잖아요. 특히 그 주민에 의해서 만들어진다면. 그러면 도시의 비전이, 동네의 비전이 보이는 거죠. 


동시대의 일반대중 혹은 예술가에게 테이크아웃드로잉이 어떤 공간으로 기억되길 원하는가?

예술가의 에너지가 충만해있는 공간. 근데 예술가라고 해서 나와 먼 ‘그들’이 아닌, 한 공간에 머무르는 실체가 있는 예술가 말이에요. 사실 테이크아웃드로잉은 무엇이 됐으면 좋겠다는 비전 자체가 없어요. 그랬으면 아마 간판을 굉장히 크게 걸었을 거예요. 대신 제가 살고 있는 이 지역에서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발견하게 된 기쁨이 있는 것 같아요. 다윗이 골리앗이라는 거인을 상대해 싸울 수 있었던 건 다윗이 양치기여서였대요. 양을 돌보며 늑대들로부터 양을 지키기 위해 매일 한 일이라고는 돌 던지는 것이었다는데, 그게 어느 날은 거인을 쓰러뜨린 한 방이 된 거죠. 다윗의 삶 속엔 이미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 준비되어 있었던 거예요. 반복과 연습을 통해서. 집요하게, 배짱 있게. 그냥 심심해서 던지는 돌이 아니라 뭔가를 생각하면서.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 테이크아웃드로잉의 생리도 그런 것 같아요. 이 종이 하나, 이 그리는 초안 하나가 무슨 힘이 있겠어요. 그런데 누군가는 그걸 열과 성을 다해서 이사까지 와서 두 달간 밤 새서 작업하는 거고, 어떤 기획자는 그 드로잉이 너무 훌륭하다고, 훌륭해질 수 있다고 계속 이야기하는 거죠. 인터뷰하고, 질문하고, 계속 수정과 보완을 요청하면서 그렇게 도모하는 거예요. 그럼 그 공간에 계속 에너지가 충만하지 않을까요. 어떤 날은 관객이 음료 드시다 불쑥 올라와서 예전에 했던 전시에 대해 질문을 하세요. 그럼 깜짝깜짝 놀라요. 목격자가 있는 거예요. 


테이크아웃드로잉을 오픈한 지 벌써 8년째. 시작할 때의 초심과 현재를 비교해보면?

그 당시 생각한 게 드로잉의 중요성이었는데, 지금 8년이 지났지만 그 중요성은 더해진 거 같아요. 정말 중요해요. 우리 모두 각자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누구도 우리의 삶을 대신 만들어주지 않으니까요. 테이크아웃드로잉은 열려 있는 공간이라고 했잖아요. 저희는 완전 오픈 스튜디오예요. 기획자인 제 방에도 문이 없어요. 이런 공간이 전 세계 어디에도 없대요. 작가에겐 굉장히 불편한 공간이죠. 모든 게 공개된 공간. 작가가 뭘 하든 예약 없이도 언제든지 무단 침입할 수 있는 공간. 고객에게, 방문자에게, 관객에게 주도권을 주는 공간이 테이크아웃드로잉인 거 같아요. 단지 5,000원짜리 커피를 사고, 서점을 구경하러 왔을 뿐인데, 본인이 주체가 되는 거예요. 단순히 영화 티켓 사듯이 문화를 소비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소비하는 사람이 되는 거죠. 그래서 질문을 할 수도 있고, 뭔가 이해가 안되면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고요. 여기선 스스로 문화생산자가 될 수도 있고, 가담할 수도 있단 걸 알게 되는 거죠.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드로잉은 아직 미약한 존재인 것 같아요. 이게 아직 초안이기 때문에. 사실 이 공간에서 아무리 열심히 전시하고 홍보해도, 와서 전시를 보는 사람은 한 전시당 만 명 미만이에요. 사람들은 고작 만 명 갖고 문화가 형성될 수 있겠냐고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제 생각은 달라요. 드로잉 한 조각이라고 해서 우습게 볼 순 없는 거라고 생각해요. 바로 이 드로잉에서 그 문화가 만들어질 수도 있는 거니까요. 그래서 일단 저희 앞의 드로잉 하나 하나를 최선을 다해서 해보는 거죠. 드로잉은 분명 언젠간 발화될 거니까요. 많이 실패해도 괜찮아요. 그런 생각과 구상을 한다는 게 중요한 거니까. 여기가 굉장히 작은 공간이고 동네에 위치하고 있으니 저희의 관심은 지금, 여기서, 저희가 가장 즐겁게 잘할 수 있는 일을 찾는 데 있어요. 함께 동행하는 거죠. 동행하고, 동거하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 자세. 그게 테이크아웃드로잉인 것 같아요.   





누군가에겐 카페, 누군가에겐 뮤지엄, 누군가에겐 작업실, 누군가에겐 꽃집, 누군가에겐 책방. 4시간의 인터뷰 끝에 확실히 알게 된 건 테이크아웃드로잉은 결코 어떤 하나의 단어로 정의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드로잉 메뉴 한 잔을 앞에 두고 최소연 디렉터의 부드럽지만 힘 있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니, 어느 새 ‘우주의 기운’에 감싸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계절이 바뀌듯이, 물이 흐르듯이,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 따뜻하고 건강한 에너지가 그녀와 테이크아웃드로잉의 각이 아닐까. 이 기운과 생각들이 더 많이, 더 멀리, 끝도 없이 테이크아웃 되기를 바래본다. 



 

 © 글/사진 TBWA 0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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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진 인터뷰

각진이4. 테이크아웃드로잉 최소연 디렉터 @서울 이태원

 

 

하루에도 몇 번씩 우리는 커피와 차를 테이크아웃 한다. 이제는 너무나 흔해진 일상 속의 단어, ‘테이크아웃’. 그런데 만약 우연히 들른 카페에서 누군가의 생각을 테이크아웃 할 수 있다면? 동시대의 예술을 테이크아웃 할 수 있다면? 이런 기발한 발상으로 서울 한복판에서 8년째 드로잉(drawing)을 전파하고 있는 곳이 있다.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처음 온 사람들은 기필코 반하게 되고 만다는 그곳, <테이크아웃드로잉(Takeout Drawing)>. 테이크아웃드로잉 최소연 디렉터를 만나기 위해 이태원으로 향했다. 


[이 인터뷰는 2014 5 14일 수요일 테이크아웃드로잉에서 진행되었습니다]



 

 

3부


1층 정원이 참 아담하고 예쁘더라. 근데 젊은 사람들 가득한 카페 정원에서 동네 할머니가 아무렇지도 않게 꽃을 돌보고 계셔서 놀랐다

원래는 주차장이었던 공간을 정원으로 바꿨는데 처음엔 대책이 없었어요. “대체 뭘 어떻게 심어야 하는 거지?” 질문이 생성되는 거죠. 근데 저희는 질문을 좋아하거든요. 질문은 항상 답을 찾아가게 되어 있어요. 또 신기하게 흙과 에너지를 좋아하시는 동네분들이 저절로 모이시더라고요. 저희가 흙을 막 쌓아 놨더니 굉장히 당당히 흙 좀 달라고 오셨어요. “나 이 흙 좀 쓰겠네. 대신 내가 뭘 심어주지” (웃음) 방아는 그렇게 마을 주민들이 와서 심어주신 건데요, 어떤 의미에선 방아도 드로잉인 거죠. 또 저희 음료에 허브가 들어가는 게 있으면 직접 길러 보기도 하고요. 일부러 ‘이 음료에는 이게 들어가니 이걸 심자’가 아니라, 그냥 우주의 기운을 따라가는 거예요, 그 흐름을. 억지로 한다고 해서 되는 건 하나도 없어요.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하니까.  





정원 바로 옆 책방도 인상적이더라. 정원과 책방을 함께 ‘ㅊ’이라고 부른다고?

처음엔 이름이 없었어요. 저희 프로그램 중에 키오스크가 있으니까 그냥 키오스크라고 운영했는데, 스웨덴에서 온 한 예술가가 제안을 했어요. 한국에 있는 문화적인 서점인데, 이름이 왜 키오스크냐고. 한글은 ㄱ,ㄴ,ㄷ,ㄹ 너무 아름다운데, 그 중 ㅊ으로 하면 어떻겠냐고. “왜 치읓이에요?” 저희도 똑같은 질문을 했죠. 그랬더니 “ㅊ은 꽃의 ㅊ이기도 하고, 책의 ㅊ이기도 하고, 친구의 ㅊ이기도 하고…” 이렇게 ㅊ이 들어간 단어들을 총총총 얘기하는 거예요. 그 순간 그냥 매료된 거죠. “그래요? 그럼 하죠!” 지금도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그분에게서 계속 메시지가 와요. 그럼 즐겁게 수용하죠. 저희 공간은 제안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모자라니까, 부족하니까 그럴 텐데 저흰 그 결핍이 괜찮다고 생각하고, 늘 결핍되어 있다고 표현해요. 완성된 예술 형태나 완성된 문화공간, 완성된 어떤 삶의 형태보단 불안정하고 미완성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허용하는 좀 릴렉서블한 공간이니까. 그래서 ‘유기체’인 거죠.




<ㅊ chiut>

테이크아웃드로잉 속의 작은 책방이자 골목정원 ‘치읓’. ㅊ은 책/꽃/창/첫/참/친구/찾았다/촘촘히/천천히/착하다 등의 이니셜 약자다. 동시대 문화예술인들이 만든 서적뿐 아니라 직접 식물을 심고 가꾸는 법을 배우는 플라워/가드닝 워크숍도 만날 수 있다. 



<난센여권>이라는 책을 냈다.

‘난센여권’은 1922년도에 프리드쇼프 난센이라는 사람이 발행했던 여권이에요. 그 사람이 세계 대전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지 못한 군인들을 돌려 보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편지를 쓰기 시작했대요. 그게 성과가 있어서 사회적 움직임이 만들어졌고, 이 편지 형태의 여권 덕에 전쟁포로로 남을 뻔한 어마어마한 수 만 명이 귀향하게 된 거죠. 제가 난민관련 주제를 만난진 얼마 안됐는데, 우리 사회의 어떤 부분을 그냥 딱 눈뜨고 보게 된 것 같아요. 초대 메일을 받고 가리봉동에 있는 난민지원센터를 방문했는데 그 이상한 기운이 있는 거예요. (웃음) 거기 활동가분들은 퇴근 후에도 난민에 대한 고민을 하고, 주말에도 만나서 어떻게 할지 의논하시더라고요. 여긴 분명 뭔가가 있다! 그게 궁금해서 난민지원 단체의 활동가분들을 존중해드리는 시선으로 인터뷰했어요. 과거, 현재, 미래 이렇게 크게 나눠서, 어떤 일을 했길래 지금 이 일을 하는지, 이 일을 하며 어떤 즐거움이 있는지, 앞으론 뭘 하고 싶은지 질문해봤어요. 그리고 그분들이 난민분들을 소개해주셔서 인터뷰의 폭이 넓어졌죠. 



<난센여권 - 난민을 위한 세상 어디에도 없는 여권 한 장> 

테이크아웃드로잉 디렉터 최소연과 건축가 최장원이 기획하고 진행한 워크숍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자국에서의 박해와 전쟁을 피해 한국으로 오는 길 위에 만들어진 난민들의 과거-현재-미래를 담은 인터뷰를 비롯해 난민 지원 기구 활동가들과 인권변호사들과의 인터뷰, 난민을 주제로 한 책과 영화 목록,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한국에서 난민이 거쳐온 길, 난민을 주제로 삼은 예술가들의 작품 등이 담겨있다. 





책 외에도 난민관련 전시를 한다고?

프리드리쇼프 난센의 ‘난센여권’도 시민 한 사람의 시선 때문에 엄청난 파장이 있었던 거잖아요. 저는 그게 재미있었어요. 제가 개입하고 있는 난민 프로젝트는 굉장히 일상적인,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거예요. 또 예술가들이 함께하며 작품을 통해 더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게 발표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고요. 사실 난민들이 한국에 와서 마주하게 되는 현실은 정말 불편해요. “한국이 정말 당신한테 그렇게 했어요?” 라고 묻게 되죠. 제가 가해자가 된 거 같은 불편한 마음이 들어요. 그런 불편한 현실을 영화나 다큐로 볼 때랑, 예술 작품을 통해서 만나게 될 때는 좀 다르잖아요. 그래서 테이크아웃드로잉 한남동에선 <일상의 실천>이라는 그래픽 아티스트들이 난센여권을 주제로 4개월 간 체류하고 계시고 <난센여권>이라는 같은 이름으로 전시를 오픈해요 


난민들과 실제로 ‘동행’하고 있다고? 

난민들에겐 한국말을 할 수 있는 한국친구가 있다는 게 정말 엄청난 일인가 봐요. 그래서 출입국 사무소의 인터뷰가 있거나 직업소개소에서 취업하려고 할 때, 혹은 처음 가는 길을 찾아갈 때 그냥 같이 가주는 거예요. 난민들 중엔 정말 훌륭한 분들이 많으세요. “나를 동정하지 마라” 라고 말씀하시는. “나에게 커피 한잔 사주려고 하지 마라”고 말한 친구도 있었어요. 정말 많이 배웠죠. 그래서 도움의 시선이 아니라 동행하러, 정말 그냥 따라가요. 그럼 9시간이 걸리던 인터뷰가 3시간 만에 끝나기도 하고, 직업을 구할 때도 “뭐 해봤는데?” 라고 묻고 관련된 직종으로 추천해줄 수도 있고요. 이게 무슨 거대한 목적을 가진 소셜 프로젝트가 아니라, 제 삶에 관한 관심인 것 같아요. 내가 살고 있는 이 한국과 이 삶의 토양이 조금 더 즐거웠으면 좋겠고, 조금 더 건전했으면 좋겠다는. 누가 누군가에게 함부로 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고요. 그냥 안타까워하는 것 말고, 내가 선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라는 질문을 했으면 좋겠어요. 각자 할 수 있는 게 하나씩 있지 않을까요? 우리는 정치인들이, 기업이 혹은 누군가가 세상을 바꿔주기를 기다리는 데에 익숙해져 있는데, 직접 참여했을 때는 완전히 주체의 역전이 일어나는 거고 능동자가 되는 거잖아요. 그런 능동자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4부에 계속 

 

 © 글/사진 TBWA 0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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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진 인터뷰

각진이4. 테이크아웃드로잉 최소연 디렉터 @서울 이태원

 

 

하루에도 몇 번씩 우리는 커피와 차를 테이크아웃 한다. 이제는 너무나 흔해진 일상 속의 단어, ‘테이크아웃’. 그런데 만약 우연히 들른 카페에서 누군가의 생각을 테이크아웃 할 수 있다면? 동시대의 예술을 테이크아웃 할 수 있다면? 이런 기발한 발상으로 서울 한복판에서 8년째 드로잉(drawing)을 전파하고 있는 곳이 있다.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처음 온 사람들은 기필코 반하게 되고 만다는 그곳, <테이크아웃드로잉(Takeout Drawing)>. 테이크아웃드로잉 최소연 디렉터를 만나기 위해 이태원으로 향했다. 


[이 인터뷰는 2014 5 14일 수요일 테이크아웃드로잉에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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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작가들도 카페 레지던시에 참여하더라. 이들은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굳이 국내작가, 외국작가를 나누지는 않고요. 테이크아웃드로잉 작가 선정은 고집스럽게 제가 지명을 했던 것 같아요. 우주의 기운으로 못된 지명! (웃음) 외국작가의 경우는 여행 갔다가 전시를 보고 초대했던 경우도 있고, 저희가 외국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를 다시 한국에 초대해서 발표한 경우도 있고요. 또 제가 전혀 모르는 작가인데 지원하는 경우도 많아요. 몇 년 전부터 오픈콜을 열어뒀거든요. 제 지명으로만 하다 보면 새로운 흐름을 놓치는 경우가 없지 않더라고요. 


오픈콜에 지원하는 작가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것 같아요. 가끔 되게 유명한 분들도 지원을 하세요. 그럼 제가 오히려 “전 못하겠어요 작가님 오시면 전 진짜 힘들 것 같아요” 이러기도 하고. (웃음) 근데 가만 보면 공간이 필요해서라기보다는 이런 상황 때문에 오시는 것 같아요. 좀 이상하고 특이하잖아요. 본인을 던져야 할 것 같고, 거의 죽어야 나갈 것 같잖아요. (웃음) 사실 작가한테는 되게 힘든 공간이에요. 문도 없고, 작업하는 공간을 사람들이 막 왔다갔다 하면서 쳐다보고. 이렇게 정신 사납고, 이렇게 시끄럽고, 이렇게 사람 많은 공간에서 작가들은 작업 못해요. 근데 이런 저잣거리가 필요한 작가들이 있어요. 어떤 주제는 사람들이 많이 있고 정신 사나운 공간에서 해야만 발화가 되는 거예요. 그럴 때 하는 거지, 모든 작가의 모든 작품이 테이크아웃드로잉과 어울리진 않아요. 어떤 작품들은 단아한 화이트 큐브에 가야 훨씬 더 예쁘죠.


그럼 너무 정신 없고 시끄러워서 힘들어하는 작가들은 어떻게 도와주나?

본인의 지혜가 좀 필요한 것 같아요. 주말은 사람이 많아서 저도 이어폰 끼고 일할 정도인데, 시간대를 좀 달리 하면 돼요. 저흰 작가분들이 입주하시면 마스터키를 드려요. “여기서부터 여기까지가 작가테이블이니까 쓰세요”가 아니라 공간을 다 드려요. 작가 약정서에 보면, 저희가 드리는 건 ‘동네’라고 표현해요. 마스터키 드린다는 의미는 들어가면 안 되는 공간이 없다는 얘기고, 24시간이 열려있다는 의미예요. 비밀도 없고요, 원칙과 시스템, 신념? 그런 거 없습니다, 저희는. 그냥 믿어주는 거. 자기 이름 걸고 전시하니까 최선을 다할 거라는 믿음을. 실패? 실패도 많이 했죠. 괜찮아요. 드로잉인데 뭐. 여긴 실패가 허용되는 공간이에요.  


테이크아웃드로잉의 전시는 일반 미술 전시와는 분명 다르다. 관객참여형 전시도 있었고, 작업공간이 오픈 된다는 점에서 함께 만들어간다는 느낌을 강하게 준다

관객과의 인터랙티브한 프로젝트들을 작가가 의도한 경우도 있었지만 저희가 일부러 포지셔닝한 경우는 없었어요. 아무래도 카페니까 오픈콜에 지원하는 작가분들이 관객참여형 제안을 많이 하세요. 하지만 저희는 카페이면서 또 미술관이잖아요. 그러니까 현대미술, 혹은 예술계에서 지금 작가가 발표하시려는 주제가 중요한가, 혹은 중요치 않더라도 의미가 있는가를 항상 염두에 둬요. 거기에 비중이 크게 있기 때문에 관객이 못 따라오더라도 일단 발표하는 게 중요해요. 하지만 예술에 문외한인 관객분들을 위해 작가의 작업 세계가 궁금하다면 열고 들어올 수 있는 문을 꼭 하나씩은 열어두죠. 작가의 메시지를 반복노출 시키는 드로잉 신문도 있고, 작가의 전시에서 나온 저희 카페의 드로잉 메뉴로도 만나실 수도 있고요. 예를 들어 함성호 작가의 <두 집 사이>라는 전시가 어려워서 이해를 못하셨다 해도 거기서 만들어진 ‘마그마 아카시아’란 음료로만 기억해 주셔도 좋아요. 자꾸 경험의 층이 쌓이는 게 중요한 거지, 한번에 예술이 이해가 되는 건 불가능한 거 같아요.


작가의 전시에서 나온 ‘드로잉 메뉴’라고?

체류작가가 아트테이블을 통해서 첫 신고식을 하면 그때부터 스태프들이 메뉴를 구상해요. 작가 노트 속에서 작품-메뉴를 ‘작품’이라 지칭했다-이 나온 경우도 있어요. 계속 개미 드로잉을 하셨던 연기백 작가는 노트에 ‘폭풍이 오면, 언젠가 때를 만나면 솟구치고 싶다’는 욕망을 적으셨어요. 거기서 ‘폭풍개미’라는 음료가 나왔죠. 또 건축가 메뉴 시리즈가 있는데, 건축가분들은 오시면, “또 다른 건축가 메뉴는 뭐 있어요?” 물으시고 건축가 메뉴만 드시는 분들도 있고요. 아, 이웃집 강아지 때문에 나온 메뉴도 있어요. 체류 중이던 로랑 페레이라란 벨기에 건축가가 공간의 실루엣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메뉴 개발자 눈에 옆집 강아지 폴이 만들고 다니는 공간의 에너지랑 실루엣이 들어온 거죠. 그래서 강아지가 머랭을 매일 훔친다는 스토리로 ‘폴의 머랭공장’이란 저희 대표 메뉴가 나왔고요. 메뉴도 작품이기 때문에 작가를 그대로 해석한 메뉴는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았던 것 같아요. 오래 생명력이 없어요. 근데 개발자가 그 주제에 자기 스토리를 넣으면 그 메뉴는 생명력이 있어요. 물론 정말 맛있어야 되고요. 미술관이지만 카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서울 시내 어디 커피보다 맛도 중요하고 재료의 질도 중요해요. 




<드로잉 메뉴 Drawing Menu>

체류작가와 테이크아웃드로잉 멤버들이 함께 <아트테이블>을 갖고 주제를 메뉴로 실험하는 기간을 거쳐, 전시시작과 함께 메뉴를 공개한다. 전시 이후에도 레지던시 작가들의 주제를 메뉴로 만날 수 있다. 



돌 맞을 뻔한 전시도 있었다고?

작가분이 성정체성을 주제로 한 본인의 이야기를 담아 서울에서 남자가 남자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을 전시하셨어요. 유리창에 시트지로 게이바들 이름을 다 공개한 거죠. 또 음악을 틀 수 있으니 시트지를 뜯어서 내는 소음을 사운드로 전시를 한 거예요. 카페 간판은 커다란 레인보우 간판으로 걸고. 동네 주민인 엄마들이 난리가 났죠. 손님들 불만이 장난이 아니었어요. 미쳤다고. “테이크아웃드로잉 드디어 망했구나!” (웃음) 근데 전시를 하면 저희가 작가분이 이런 이유 때문에 이 전시를 하는 거라고 설명드릴 수 있잖아요. 그럼 조금씩 변하는 게 목격되는 거예요. 아들을 데리고 온 어떤 엄마가 “남자도 남자를 좋아할 수 있어. 근데 엄마는 싫어”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전 그거면 된 거 같아요. 한국사회에서 이런 전시를 통해서 “그런 전시가 있대”, 이거면 된 거 같아요. 


예술 전공자로서 본인의 작품을 올리고 싶은 생각은 없나?

전 지금 제가 하고 있는 행위가 새로운 형태의 예술인 거 같아요. 현재는 예술가의 숫자에 비해서 기획자나 기획하는 공간의 수가 너무 부족해요. 불균형이고 결핍인 거죠. 우리가 잘 아는 고흐가 사실 얼마나 외로웠고, 얼마나 불행했어요. 자기 작품을 이해해줄 친구를 찾기까지 별별 사건이 많았지요. 근데 만약 그 시대에 저희 같은 공간이 옆에 있었으면 목격자가 조금 더 있지 않았을까요? 이렇게 목격자들이 조금 더 많이 가담했다면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요? 지금 막 작품을 발표하는 예술인들에겐 많은 응원이 필요해요. 



3부에 계속 

 

 © 글/사진 TBWA 0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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