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진이 3. 주다살롱 1부
각진 인터뷰
각진이3. 주다살롱 @서울 북촌
2014년 대한민국 서울에 ‘살롱’이 부활했다는 제보를 입수했다. 입담 걸걸, 인상 푸근, 인심은 넘쳐서 탈인 두 여자가 야근하고 술 마시는 단조로운 생활을 생산적으로 바꿔보고자 2011년 겨울 결성했다는 ‘주다살롱’. 낮에는 멀쩡한 직장인, 그러나 퇴근 후엔 마담으로 변신해 동네방네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있는 그녀들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페북으로만 접하던 이 살롱의 실체를 두 눈으로 확인하고자 “술과 차로 지구정복”이 목표인 두 마담을 북촌의 한옥 게스트하우스, ‘이랑’에서 만났다.
1부
술을 사랑하는 몽마담과 차를 사랑하는영마담이 2011년 결성, 정직한 재료와 철저한 가내수공업으로 술과 차를 만들고 팔기도 하는 곳
페이스북을 거점으로, 사람들을 불러모아 함께 요리하는 오프라인 워크샵도 열고 있다 . (자매품 피클, 쿠키, 치즈 등도 있음)
마담들 소개 먼저
몽마담) 안녕하세요, 주다에서 주(酒)를 담당하고 있는 몽마담입니다.
영마담) 저는 영마담이구요. 남은 다(茶), 차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하 몽마담=몽, 영마담=영)
왜 몽마담, 영마담인가?
몽) 이름에서 따온 거예요. 제 이름이 모희정이라 친구들이 부르던 별명이 ‘몽’이었거든요.
영) 저는 최영인인데 이상하게 최마담은 싫더라구요. 그래서 영인에서 ‘영’을 따와서 영마담.
두 마담은 어떤 사이인가?
영) 몽마담이랑은 직장에서 만났구요. 같은 층에서 취향 맞는 사람들끼리 야근하다 보니까,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열한시 반까지 빡세게 일하고 슈퍼 마감칠 때 가서 왕창 사다 술안주 하고 차안주 하고 그러다 가까워졌죠.
주다살롱은 어떻게 태어났나?
영) 처음엔 술이랑 차 마시는 걸로 시작됐어요. 근데 둘 다 성향이 너무 소모적인 건 마음에 안 들고, 또 몽이 실험정신이 강해요. 술안주로 자몽을 먹잖아요. 그러다 술이 남으면 거기에 자몽을 담가서 자몽술을 만들고-
몽) 술을 붓자! 이렇게 된 거지. 들이 붓자! 차에 술 부어도 맛있을 것 같고.
영) 홍차에다 꿀 절인 사과를 넣는다던가. 이런 아이디어 낼 때 시너지가 너무 잘 맞는 거예요.
몽) 처음엔 우리끼리 먹으려고 만들었는데, 맛이 있으니까 회사에서 행사할 때마다 부탁하고, 선물하겠다고 패킹도 부탁하고.
영) “이 정도면 팔아라” 부추기고.
몽) 정말 친한 직원들이 “야, 니네 이거 팔아! 왜 안 팔아?” 이렇게 다그친 것도 있어요. “(머뭇머뭇)팔아도 될까? 사주시겠습니까?” “(버럭)살게!!!”
주다살롱이란 이름이 이쁘다. 누가 지었나?
몽) (대번에) 저요.
영) (코웃음) 정말 기억은 미화돼. 몽, 당신이 정말 되도 않는 이름을 많이 갖다 붙였거든?
몽) 원래 후보가 많아야 돼.
영) 차라리 술 ‘주’, 차 ‘다’로 하자. 분명히 동시에 나왔는데 무조건 자기가 했대. 인터넷에서 ‘살롱’을 검색했는데, 뜻이 너무 좋은 거야. 17~18세기 프랑스 상류사회에서 문인들, 예술가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던 응접실! 캬아~ 그래서 ‘살롱’으로 하자!
차, 술은 물론이고 쿠키에 치즈까지… 만드는 품목이 다양한데, 기준이 있는지?
영) 저희가 만드는 건 정말 사소한 것들이에요 “어? 저거 드라마에서 봤는데, 영화에서 봤는데, 만화책에서 봤는데, 괜찮아 보여!” 그러면 실제로 따라 해보는 거죠.
몽) 치즈 만들다가도 “치즈에 망고를 넣으면 더 맛있지 않을까?” 그럼 바로 망고 말린 걸 넣어서 달달한 씹히는 치즈도 만들어보고-
영) 일단 우리가 궁금하거나, 신기한 것들에 도전해요. 정석의 레시피가 있다면 저희는 거기서 어떻게든 하나 이상은 바꿔보는 편이에요. 그런 게 재미있으니까.
시행착오도 많았을 것 같은데
영) 처음에는 병 살 줄도 몰라서, 오뚜기 스파게티 소스 병 있죠? 그거 재활용했어요. 천도복숭아로 차, 쨈, 술 3종 세트 만들어서 오뚜기 병에 담아서 팔고. 아아, 처음엔 그렇게 시작했다. 정말 초보처럼.
몽) “재활용 좋다” 그런 것도 있어서. 주변 친구들한테 니들 병 있으면 좀 달라고 해서 받아서 쓰고 했죠.
영) 그럼 천원 깎아주기도 하고.
몽) 근데 원래 병 안에 배인 냄새가 잘 안 빠지더라구요. 그래서 다이소에서 비싼 돈 주고 사서 하다가-
영) 공장을 발견했어!
몽) 오, 병 공장이 있어, 한 박스 사자! 그때부터 일이 커진 거지.
주다살롱의 제품 컬렉션 재료손질부터 라벨작업까지 모두 철저한 가내수공업으로 만든 바른 먹거리
제철과일만 사용해 만들기 때문에 주다살롱의 제품은 항상 리미티드에디션이라고
어디서 파나?
몽) 처음엔 아는 사람들끼리 나눠먹다가, 페이스북으로 한 병씩 팔다가, 이태원 계단장 같은 프리마켓에도 나가요. 계단장 나가며 잔으로 파는 데 눈을 뜬 거죠. 헉! 잔으로 파니까 돈이 남아!!!
영) 그전엔 안 남았어요.
몽) 오히려 적자였지.
영) 근데 이태원장 가도 ‘우리 걸 많이 팔아야지’보단 돌아다니면서 구경 많이 해요. 꼭 음식이 아니어도 새로운 게 되게 많거든.
몽) 그리고 항상 옆 팀을 공략해서 친해져. 매달 새로운 사람들 만나는 재미.
영) 정말 다양한 특색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거예요. 거기서 아이디어도 얻고, 좋은 에너지도 많이 얻고. 또 그분들이 소문도 많이 내주시고.
몽) 아, 인터넷에 ‘이태원’, ‘주다살롱’ 이렇게 검색하면 모르는 블로그에 내 사진 막 떠다니더라.
영) 떠다닐 수 밖에 없어. 나는 가도 조용히 이 모습인데, 몽은 중국풍 빨간 옷 입고 맨 앞 계단에 서서! (쯧쯧)누가 봐도 찍을 수 밖에. 그 사진 보면서 “아, 난 안 가길 잘했다.”
몽) 영, 내가 부끄러워?
영) 당신을 사랑하지.
주다살롱 프리마켓 출동 이태원 계단장에서 낮술을 팔고 있는 몽마담. 이날 수많은 커플들이 낮술에 취해 이태원을 배회했단다
주다살롱만의 신념이나 고집 같은 게 있나?
몽) 유자차 같은 제품을 만들어도 한 병씩은 꼭 저희 몫을 남기고 팔아요. “만들어서 제일 잘된 건, 우리 꺼!” 빼놓고 파는 거죠.
영) 싸구려 재료 쓰면 많이 남겠지만, 우리가 먹을 거라고 생각하고 주변 사람들과 나누려고 시작한 거니까. 재료는 무조건 좋은 걸 사고, 혹시 남으면 우리가 다 맛있게 먹어요.
몽) 돈 벌려는 거 아니니까. 그래서 캐치프라이즈도 “좋은 건 마담 먼저”.
영) 프리마켓이나 온라인 판매 하다 보면 이것저것 많이 보게 되는데, 좋은 거 쓰는 줄 알았는데 아닌 사람들도 의외로 꽤 있어요.
몽) 재료를 수입산 쓴다, 국산 쓴다 말하는 게 없어. 물건 팔아 수익금으로 사회공헌 한다는 사람들도 있던데, 우리는 사회공헌 한다고 말은 안 하지만-
영) 우리는 우리의 존재 자체가 사회공헌이다!
몽) 국산으로 좋은 걸 쓰고 개인한테 파는 거 자체가 사회공헌이다. 어설픈 사회공헌 하지 말고 그냥 우리 갈 길을 가자. 이렇게 생각해요, 우리는.
재료는 어떻게 고르나?
몽) 사람들은 레몬은 다 수입산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나거든요. 제주도서. 수입산은 찬물에 담가놓으면 왁스가 녹아서 하얀 게 둥둥둥 떠다니는데 제주도 산은 먼지가 떠요.
영) 수입산 씻다 보면 진짜 내가 이걸 먹는 게 찝찝해.
몽) 영마담은 그래서 수세미로 막 닦고 그랬거든요. 그 다음에 식초 넣고 또 닦고. 내가 다 벗겨지겠다고, 영양소 다 빠지겠다고 그만 좀 하라고 말릴 정도로.
영) 우리 먹을 거니까!
몽) 좋은 재료 사면 비싸긴 해도 세척을 이중, 삼중으로 안 해도 되니까 오히려 수고는 덜죠.
영) 처음엔 설탕도 시중 제품 쓰다가 “이번에는 유기농을 한번 사볼까?” 그럼 공부를 해요. 유기농이 좋다니까 덮어놓고 쓰는 게 아니라, 유기농은 왜 좋은지, 이게 허위는 아닌지 다 알아보고.
재료 구하는 일도 보통이 아니겠다
몽) 국산 체리는 한번도 본 적도 없고 너무 먹어보고 싶고 궁금한데 배달을 안 해주는 거예요. 그래서, 가야겠다! 근데 내가 차가 없으니까 친구네 부부를 꼬시는 거지. “우리 평택으로 나들이 갈래? 거기 미군 부대 앞에 햄버거가 그렇게 맛있다네~” 일단 가서 햄버거를 먹였어. 그리고 “이제 어디 가지?” 그럼, “(초롱초롱)어머, 바닷가 가는 길에 체리농장이 있네!” 그러고 끌고 가서 체리 따는 체험하고 몇 박스 사오고.
영) 재료 찾는 거는 이렇게 한번 딱 경험하면 점점 넓어지는 거 같아요.
몽) 그리고 한번 좋은 거 쓰면 못 바꾸고.
- 2부에 계속
© 글/사진 TBWA 0팀